전통스포츠를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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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제화·프로화의 열기에 들떠 있는 국내스포츠에 요즘 전통스포츠를 살리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열더라도 민족문화를 자랑할 수 있는 고유의 경기를 발전시켜야한다는 여론이다.
이미 씨름은 프로화 단계에 이르러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고 태권도는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전, 국제공식종목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국궁은 양궁의 그늘에 가려 빛을 잃고 있지만 옛문화, 조상의 멋과 얼을 말해주는 무예로서 남아있다.
민속의 날을 계기로 우리민속스포츠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오늘과 내일의 문제를 살펴본다.
씨름만큼 급속한 발전과 붐을 일으킨 경기도 드물다.
2년전 민속씨름협회 출범과 함께 장사씨름이 새출발, 내년부터는 본격 프로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이처럼 씨름이,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은 무엇보다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강력한 행정지원아래 홍보효과를 거둔 결과라고 하겠지만 그 밑바닥에는 옛것을 그리워하는 노년층의 향수와 우리것을 찾으려는 젊은층의 주체의식이 깔려있다. 일본의 스모를 견주지 않더라도 씨름은 원초적인 힘의 겨룸으로써 전통문화의 맥(맥)을 이어가는 고유무예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우상으로 떠오른 이만기(이만기)의 빼어난 기(기)와 강인한 기(기), 그리고 「모래판의 신사」라는 이준희(이준희)의 의연한 자세에서 젊은이들은 한국적인 얼을 배우고 또 그 포효속에 빠져들어 열기를 발산하곤 한다.
민속씨름협회는 대한씨름협회와 통합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마찰·잡음도 있었으나 이젠 안정기반을 다졌다. 지난해 결산총액은 11억원으로 경기단체론 유례없는 흑자를 기록했다.
이만기가 2년 동안 번 상금은 모두 8천9백95만원에 이른다. 프로복싱에 못지 않은 쇼비즈니스로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인기에 비해 씨름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것이 약점. 협회등록 선수는 모두 2천1백5명. 이제부터 질(질)을 높이기 위한 양(양)의 확보에 힘써야할 때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팀을 창설, 프로씨름의 새로운 붐을 예고하고 있기도하다.
태권도는 오래전부터 국기(국기)처럼 인식되어 왔으나 오늘의 현실은 한마디로 외화내빈 (외화내빈).
지난 73년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이 창립된 뒤 75년 국세경기연맹(GAISF)에 정식가입, 국제스포츠기구에서 공식적인 스포츠로 인정받았다.
현재 1백8개 회원국을 보유하고있으며 국제경기연맹에서 인정 받은지 10년만인 86년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 또 88년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시아·유럽·팬암·아프리카 등 4개지역 연맹에서 지역대회를 열고있으며 4천여명의 한국사범들이 세계도처에서 활약중이다.
국내의 유단자만 1백30만명이 넘을 만큼 인구도 크게 늘었다.
이렇게 많은 저변 인구에도 불구, 국내스포츠계에서 침체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그동안 국제화와 양적인 확대에만 치우친 때문이다.
체력단련과 호신의 목적에서 시작된 태권도가 국제무대에 뿌리를 내린 무도스포츠로 올림픽 시범종목으로까지 발전했지만 제3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격투기라는 흥미외에 승부를 확연히 결정지을 수 있는 스포츠적 특성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일본유도가 국제공인을 받은지 4년만인 84년 도오꾜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레슬링에 못지 않은 인기종목으로 올라선 데에는 일본 유도인의 부단한 연구가 있었다.,
태권도의 경우 세계 도처에 연맹과 도장, 그리고 우리사범을 두고있다는 현실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경기스포츠로 기술을 개발하고 부동의 종주국으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노력이 아쉽다.
86아시안게임서는 한국이 전체급을 석권한다해도 88올림픽서는 금메달을 독점한다는 보장이 없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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