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모리나가여 TV 방송까지|일 범국민적 지원으로 범인과의 "투쟁"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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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리꼬·모리나가 사건을 지켜보는 일본국민들의 반응은 범인에 대한 분노와 경찰에 대한 실망 ,피해업체에 대한 동정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범인들이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과자에 독극물을 넣었다는 점에서 일본국민들은 이번 사건이 특정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1억2천만 일본국민 모두를 인질로 삼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로 규정, 피해업체에 대한 동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범인들로부터 가장 시달림을 많이 받고 있는 업체는 창업75년을 자랑하는 모리나가 (삼영)로 지난해 11월에는 생산량이 사건전의 10%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모리나가 측은 전국15개소에 직판점을 설치하고 특수포장의 「1천엔 백」을 내놓아 활로를 모색하는 한편 전 사원·가족이 나서 슈퍼마킷·백화점·구멍가게 등을 돌며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있다.
모리나가 사원의 이웃들은 모리나가 사원과 가족이 집을 비우는 동안 집을 보아주기도 했으며 한 TV방송국에서는 『힘내라! 모리나가여』라는 프로를 방송하기도 하는 등 범국민적인 모리나가 지원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덕택에 지난해 10월 15일 판매를 시작한 1천엔 백은 농수산성을 비롯한 관공서 납품이 시작되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 지금은 일본 전지역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관청납품만 하루 1만개, 전국적으로는 하루 10만개 정도가 달리고 있다. 1천엔 짜리 모리나가 제품이 든 백을 사는 것이 어린이들 사이에도 유행처럼 번져 1천엔 백은 새로운 유행어로 정착되고있다.
모 출판사가 실시한 『일본신어·유행어대사』에서 1천엔 백이 특별상을 차지, 상패를 대신한 유리그릇이 모리나가 본사의 대책본부 책상을 장식하고 있다. 이 특별상은 「괴인21면상」 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저항의지를 상징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비밀수사를 해오던 경찰은 지난해 10월 11일과 15일 범인의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와 범인의 옆모습이 찍힌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다.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는 일기예보처럼 전화다이얼만 돌리면 흘러나오도록 만들어 언제나 들을 수 있게 해놓았다.
그후 이 자동테이프를 들은 사람은 30만 명이 넘으며 일반시민들로부터 비슷한 목소리, 혹은 비슷한 용모에 대한 제보는 3천8백 건에 달했다.
독극물이 든 제품이 발견되고 법인의 협박이 악랄해지면서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모리나가 제품을 철거했지만 끝까지 버티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대형 유통업체인 동경세이유 (서우) 는 모리나가 제품을 한데 모아 놓고 2명의 직원이 항상 지키면서 판매를 계속하고 있고 마루에쯔도 철거를 거부, 직원들이 24시간 감시하면서 모리나가 제품을 팔고있다.
그리꼬·모리나가 사건을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보는 입장에서 일본국민들이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대상기업의 뒷거래 가능성이다.
지난 1월13일자 요미우리(독매)신문사설은 이번 사건을 『사회전체를 인질로 한 범행』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범인과 기업이 뒷거래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같은 날짜 마이니찌 (매일)신문도 사설을 통해 『경찰에 대한 신뢰감이 희박해져 기업으로서 어떻게든 기업방위·위기관리의 길을 택하려는 풍조가 경제계에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 이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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