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협조와 경찰의 분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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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유명 식품회사에 대한 독극물 협박사건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지 한달이 넘도록 미궁을 헤매고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28일 첫 사건신고를 접수했고 범인들을 잡을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여러번 있었으나 그 때마다 놓쳐버렸고 끝내는 신문에 보도되어 이 사건이 몰고온 파문은 심각한 국면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시민들의 불안은 물론 협박장을 받은 해당 기업체에서는 기업의 운명이 걸린 문제인만큼 전 종업원들이 초비상 태세에 돌입하는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총선을 며칠 앞두고 국민의 관심이 선거에 집중되어야할 중요한 시점에 몇몇 범인들이 분탕질을 한 독극물사건이 중심화제가 되는 사태는 구소를 짓지 않을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하며 그것도 미지근한 해결이 아닌, 뿌리째 뽑아버리는 완전 해결이어야 한다.
범죄의 근절은 준엄한 법보다『범인은 잡히고야만다』는 인식이 심어질 때 가능하다. 그럼에도 몇 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강남의 모 카바레 독극물사건이 영구미제로 흐지부지됐고 지난해 명동성당 암달러상사건 역시 미제로 남아 있다.
완전 범죄가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도 경찰은 명예를 걸고 문제사건의 수사에 나서야할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는 조직적 공조수사체제가 필요하다. 계급 특진이나 현상금과 같은 한 개인 또는 몇 사람의 공명심에만 의존한 수사체제는 오히려 범인을 놓치는 과거의 선계가 없지 않았다.
은행과의 유기적 수사체제가 되어있지 않아 연내 특별경계 기간에 집중한 정복경찰관이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범인이 은행본점에 나타났다가 유유히 사라진 예도 보았다.
또 한가지 유의할 사항은 철저한 공개수사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사건의 성질로 보아 시민의 협조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지금까지의 수사결과에서 보듯이 단독범이 아닌 복수범이어서 범인들의 발자국은 드러나게 마련이어서 시민들의 제보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수사의 진행상황을 공개해 시민들이 그때 그때의 정보를 입수할수 있도록 해야한다.
한편 시민들도 수사의 혼선을 빚게 하거나 방해하는 허위신고나 투서등은 삼가야 한다. 이 사건의 범인들이 특정인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전국민을 인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수사방해 행위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협박을 받은 관계 업체들도 종전처럼 비밀에 부쳐 쉬쉬 할 것이 아니라 수사단서의 제공은 물론 경찰과 혼연일체가 되어 범인검거 협조에 최선을 다해 해주기률 바란다.
정부는 범인검거 노력 외에도 이같은 악질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는 벌써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을 서두르는등 적절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신종범죄에 대처하고 효율적인 검거를 위한 대책수립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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