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의 날] 결핵 관리 사업 60여 년 돌아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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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올해는 세계 결핵의 날이 제정된 지 135년이 되는 해다. 오랜 시간 전 세계가 다양한 진단법과 치료제를 개발해 결핵 발병을 줄이려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핵은 여전히 인류를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960만 명이 결핵을 앓았다. 150만 명은 이로 인해 사망했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의 95%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다. OECD회원 34개국 중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모두 1위로 '결핵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결핵 발병을 낮추기 위해 정부·의료진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스스로도 결핵을 제대로 인지하고 예방·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약제 내성 결핵, 전염성 높고 위험해

결핵은 원인 및 질환의 심각성에 따라 잠복결핵, 일반결핵, 다제내성 결핵 등으로 나뉜다.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결핵이 활동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는 않지만 활동성 결핵(일반 결핵)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아 치료제 복용을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

잠복결핵과 달리 결핵(활동성 결핵)은 결핵균이 증식하면서 염증반응을 일으켜 전염성이 있는 상태다. 발병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폐결핵은 70~80%에서 기침·객담이 나타난다. 이 외 발열·신경과민·소화불량·식욕부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침·재채기나 대화 중에 공기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한다. 2주 이상 기침하면 결핵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 결핵 검진 및 초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결핵환자 수는 총 4만833명. 최근 5년 간(2010~2014년) 매년 3만5000여 명이 결핵으로 진단 받는다. 또한 매년 2000~2500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국가가 법으로 관리하는 감염병 75종 중 발생률과 사망률이 심각한 병 중 하나다.

최근 들어 결핵의 심각성이 다시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다제내성 결핵균의 출현' 때문이다. 다제내성 결핵은 결핵 치료제 오·남용으로 내성이 생긴 결핵균 돌연변이가 있거나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될 때 발생한다.

증상은 일반 결핵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한 사람이 10~15명에게 결핵균을 퍼뜨릴 정도로 전염성이 강해 확산위험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다제내성 결핵을 판정 받은 신 환자는 48만 명. 한해 사망자 수는 약 1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2014년 기준). 국내에서도 매년 800명 넘게 다제내성 환자가 발생한다. 남성환자가 575명, 여성환자가 281명으로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약 2배 가량 더 많다.

치료제 오·남용으로 병 키워… 꾸준한 복용 중요

결핵은 대부분 약제 복용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결핵균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약제에 내성을 만들어내면 결핵 치료에 실패한다. 약제 내성을 막기 위해 여러 약제를 한 번에 복용하는 병용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결핵은 1차 약에 속하는 4가지 약제 중 3가지 이상의 약제 복용이 권장된다. 또 결핵균은 서서히 자라고 간헐적으로 증식한다. 따라서 모든 결핵균을 살균하려면 6개월 이상 장기간 치료 받아야 한다.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권용수 교수는 "결핵은 약만 꾸준히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한데도 약 복용 후 기침·가래 같은 증상이 호전돼 스스로 괜찮아졌다고 판단하거나 다양한 약제를 복용하는 것에 번거로움을 느끼고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의 '2014 결핵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2014년 전체 결핵환자 수 4만3088명 중 19%(8254명)는 재발했거나 실패 또는 재발 후 재치료를 받는 환자로 나타났다. 권 교수는 "이 경우 결핵균이 기존에 사용했던 약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 실패 및 다제내성 결핵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전문의가 처방한 기간 동안 약을 모두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 내성이 생기는 다제내성 결핵이다. 일반 결핵에 비해 오랜 치료 기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데도 치료 성공률은 낮다. 다제내성 결핵은 이미 결핵의 1차 약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주사약(2차 약)을 포함, 최소 4가지 이상의 결핵약을 20개월 이상 복용해야 한다.

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료율은 37.1%에 불과하고 사망률은 31.2%에 이른다. 또 고가의 2차 항결핵약제의 사용, 장기치료 및 반복적인 입원, 노동 능력손실 등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 따라서 다제내성 결핵의 긴 치료기간, 낮은 치료율, 비용 부담 등 문제로 효과적인 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드디어 개발된 다제내성 결핵 신약 '본인부담금 0원'

다행히도 최근 수십 년 만에 새로운 신약이 개발돼 의료진과 환자의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유럽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다제내성 결핵으로 승인 받은 신약(성분명 베다퀼린)은 새로운 기전과 뛰어난 효과를 인정받아 2상 임상만으로 미국 FDA 가속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5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돼 환자는 5%만 부담하면 된다. 게다가 정부는 결핵 퇴치 정책을 펼치면서 올해 7월경 결핵 치료비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제내성 결핵환자는 본인부담금 없이 치료 효과가 좋은 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정부는 결핵 퇴치·예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1년 '결핵 예방의 날'을 제정하고 '결핵 ZERO 캠페인'을 펼치며 결핵 감염·발병 예방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목표달성을 위해선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의료진·환자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결핵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그 인지도가 낮아 문제"라며 "결핵에 대한 올바른 인식, 교육을 통해 예방, 빠른 진단 및 올바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환자·의료진·정부가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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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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