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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형 단타’ 기업형 주가조작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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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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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주문을 전담할 직원을 채용해 단기간에 여러 종목을 옮겨 다니며 치고 빠지는 일명 ‘메뚜기형’ 수법을 사용한 기업형 시세조종 사건이 적발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 제6차 정례회의를 개최해 시세조종 혐의로 전업투자자 1명과 증권회사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사무실 차리고 전담 직원도 뽑아

전업투자자 A씨는 2012년 12월28일~2015년 8월13일까지 주식거래 전용 사무실을 개설하고 직원 5인을 전담 트레이더로 고용해 가장·통정매매(17만 회), 시·종가관여 주문(1180회) 등 총 36만 회(1.5억 주)의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36개사 주가를 조작하고 약 5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증권회사 리서치센터장인 B씨는 A씨와 주가조작 주문을 내는 등 시세조종에 직접 가담했다. 그는 A씨에게 시세조종에 사용된 증권계좌도 제공하고 증권사 내부시스템에서 적발된 이상매매를 은폐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가조작 수법은 이랬다.

# 준비=동일 사무실에서 트레이더로 고용한 직원 5명이 각각 3~4대의 컴퓨터로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시세조종 주문을 낸다. 시세조종에 사용된 증권계좌는 연계성이 없는 것처럼 지인 등의 차명계좌를 사용했다. 27인 명의의 45개 계좌가 이용됐다. 거래소의 이상매매 감시를 피하기 위해 각 컴퓨터별로 다른 인터넷사업자에 가입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 D-1=주식을 매집하는 단계다. 정상주문을 내서 저가에 주식을 매집한다.

# D데이=주가를 본격적으로 올리는 단계다. 장중 고가매수를 하고 물량이 소진되면 상한가에 매수한다. 고가(상한가) 매수 등으로 주가를 상승시켜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계좌끼리 짜고 거래하기도 한다. 거래량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막판에 대량 매수주문을 내 종가도 올린다.

# D+1=매수세가 있는 것처럼 투자자를 오인시키는 단계다. 장 개시 전 시간외종가로 매수주문을 한다. 매수세를 유인하고 전일 종가 이상으로 시가를 유지한다. 고가·대량의 매수주문으로 시가를 높여 매수세를 유도한 뒤 잔량을 취소한다.

# D+1 이후=이제는 이익을 실현해야 할 단계다. 투자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소량으로 쪼개 주식을 팔아 치운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각 종목별로 2∼3일 정도 시세조종을 하고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메뚜기형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증권사 센터장인 B씨는 증권회사 내부 시스템을 통해 적발된 A씨의 이상매매 내역을 계좌간 상호 연관성이 없다고 허위진술하는 등 범행을 적극 은폐하기도 했다. 증선위는 A씨가 고용한 직원 5명의 시세조종 조력 혐의에 대해서도 각각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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