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별풍선에 목숨 건 BJ…고속도로 광란의 레이싱 생중계하다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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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고급 자동차들이 레이싱하는 장면을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며 별풍선을 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서울 강변북로에서 고급 외제차를 타고 난폭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회사원이자 아프리카TV BJ로 활동한 엄모(30)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1시쯤, 경기 파주시의 한 휴게소에서 만나 영동대교 북단까지 시속 180km로 달리며 다른 자동차들의 레이싱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생중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일명 ‘칼치기’를 하는 등 난폭운전을 하며 다른 운전자들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엄씨가 아프리카TV로 생중계한 고속도로 레이싱 장면 (서울 마포경찰서 제공)>

레이싱이 시작된 파주의 한 휴게소는 주말마다 외제차 동호회원들이 모이는 것으로 유명한 장소입니다. 동호회원들은 서로의 고급 승용차를 자랑하며 고속도로를 질주하다 몇 몇 차량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서로 경쟁적으로 레이싱을 펼쳐왔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이씨는 주말마다 레이싱이 벌어진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이 장면을 몰래 영상으로 찍어 생중계하며 시청자들로부터 별풍선을 받았습니다. 엄씨는 자신의 차량인 ‘BMW 5시리즈’ 차량을 타고 ‘닛산 350Z'와 ’폭스바겐 시로코‘ 차량을 쫒아가며 레이싱 장면을 찍었습니다. 엄씨가 생중계를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받은 별풍선은 일종의 사이버머니로 환전시 1개당 60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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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결과 엄씨는 평소 인터넷 방송으로 월 3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보다 더 많은 별풍선을 받기 위해 레이싱 장면 생중계를 계획하게 됐습니다. 평소 볼 수 없는 자극적인 영상을 생중계할수록 더 많은 별풍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엄씨의 레이싱 생중계는 한 시청자가 중고차거래 전문사이트에 해당 영상을 올린 뒤 인터넷상에 급속도로 퍼지며 경찰에 꼬리가 잡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아프리카TV BJ들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카레이싱까지 펼치고 있다”며 “다른 운전자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난폭운전에 대해 수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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