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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국회’와 알파고, 스리고, 스리세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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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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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술
경제부문 차장

자율주행차 ‘스누버(SNUber)’의 아버지. 그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다.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은 기자를 만나 “1년 예산이 5억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귀가 의심스러웠다. ‘그걸로 구글의 자율차와 싸운다고?’ 그는 “정부가 도와주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연구개발(R&D) 예산은 기존 대기업 쪽에 많이 간다”고 아쉬워했다.

자율차의 핵심은 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이다. 보행자·차량을 인식하는 소프트웨어가 ‘고’와 ‘스톱’을 판단한다. 구글은 ‘알파고’를 포함한 AI 개발에 33조원을 쏟아부으면서 자율차 패권까지 노린다. 서 연구센터장처럼 이런 공룡과 맞선 대한민국 도전가들의 고군분투는 눈물 겨울 정도다.

“그건 민간 기업들의 영역”이라며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구글 같은 헤비급 적수(敵手)들이 너무 앞서 있기 때문이다. 귀중한 세금으로 모은 R&D 예산이 모세혈관처럼 적재적소에 뿌려지는지 살펴야 한다. 소달구지처럼 뒤진 법·제도의 멍석도 깔아야 한다. 그 시대적 소명의 무한책임을 진 곳이 바로 ‘국회’다.

제대로 된 경제 입법에 있어서 불임 수준의 19대 국회 수명은 거의 다해 간다. 최근 자유경제원은 19대 국회에 역대 가장 ‘반(反)시장적’이란 딱지를 붙였다. 입법·의안을 분석해 ‘시장친화 지수’를 조사한 결과다.

이제 꼭 3주 뒤면 ‘20대 국회의원’을 뽑는다. 스무 번째 ‘성년(成年)’ 국회다. 어느 때보다 책임이 막중하다. 과거 ‘개항기’ 못잖은 산업 대변혁기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 다툼에 묻혀 경제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핵심 일자리 공약으로 ‘스리고(3 Go)’라는 걸 내놓았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고(Go), 관광산업을 키우고(Go), 뇌·우주·초전도 등 성장동력을 키우고(Go)’ 해서 위기에서 벗어나자는 그림이다. 하지만 재탕 논란이 나온다. 눈에 띄는 액션 플랜도 없다. 고민한 흔적이 안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나을 게 없다. ‘스리세븐(777) 플랜’을 기치로 내걸었다. 가계 소득, 근로자 소득, 중산층의 비중을 각각 70%대로 높이자는 내용이다. 기업들만 살이 찐다는 양극화를 대한민국 핵심 화두로 보고 있다.

모두 절박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 ‘변화의 속도’는 기자들도 절감할 정도다. 이젠 자동차 기자가 정보기술(IT) 기사를 쓴다. 반대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런 기사 융합이 아주 빠르게 진행된다는 걸 체감한다. 산업계에 축적된 변화의 에너지가 ‘임계점’을 넘어 빅뱅으로 치닫는 것이다.

성년 국회라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 그런 깜냥을 할 국회의원부터 제대로 뽑아야 한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경제 공약’을 다시 한 번 뜯어보고 투표장에 가자. 그게 대한민국의 ‘리자인(Resigns·패배)’을 막는 일이다.

김준술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