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폐쇄 지하철에 웬 베드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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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폐쇄된 지하철에서 잘 꾸며진 ‘베드룸’이 발견돼 화제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의 지하철 인부가 지난 1월 중순 레이니켄도르프(Reinickendorf)구 내 폐쇄된 지하철 선로를 지나다가 이 ‘지하철 베드룸’을 우연히 발견했다.

어두컴컴한 지하철 통로에 은은한 붉은 조명이 켜져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체크 벽지가 발라져 있고, 프랑스 유명 화가 앙리 마티스의 포스터작품이 걸려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나무 프레임의 이케아 싱글침대가 놓여 있고, 파란색의 침구도 깔려 있었다. 침대 맞은편엔 1인용 소파와 텔레비전이 배치됐다. 심지어 파릇파릇한 화분도 있다. 그곳이 지하철만 아니라면 평범한 가정집 안방의 모습이었다.

지하철 베드룸을 발견한 인부는 깜짝 놀라 회사에 신고했다. 하지만 회사 직원 중엔 아무도 베드룸의 존재를 아는 이가 없었다. 회사 측은 버려진 영화 세트장으로 추정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지만 최근 1년간 이 지역에서 영화 촬영은 없었다.

그러던 중 근처의 욕스트라세(Yorckstrasse)역 지하에서도 비슷한 베드룸이 발견됐다. 사람들의 호기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베를린 시민들이 지하철 베드룸은 누군가의 작품일 것이고, 어떤 의미인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진행 중인 고급 주택화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이들은 베드룸에 놓인 책에서 단서를 찾기도 했다. 레이니켄도르프의 지하철 베드룸에는 ‘스타 워즈’소설책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현재 난민 위기를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베를린 한 지역신문은 “베를린 의회는 지하철 베드룸을 보고 난민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를린 지하철 측은 베드룸을 꾸민 사람이 확인되면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지하철 측은 “누가 무슨 의도로 만들었든 폐쇄된 지하철에 무단 침입한 것”이라며 “벌금을 물리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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