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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돌팔매질의 속도감을 주는 응수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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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 2국> ○·스웨 9단 ●·김동호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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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5~13)=구글 딥마인드의 기계전사 알파고의 이상감각은 어떤 방식으로든 향후 프로바둑 수법의 변화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202개의 두뇌를 가진 메탈 괴물과 단신으로 싸워 이긴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될 이세돌 9단조차 ‘그동안 두었던 수들에 대한 의혹이 생겼다’고 말했으니 알파고와 같은 이상감각 수법들의 시도와 연구, 검토가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그것은 가깝든 멀든 미래의 이야기. 알파고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인 이 대국의 시점에서는 눈에 익은 도전과 응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우하귀 6의 느긋한 도전에 7로 웅크리고 8로 날아오르니 9로 전개를 겸해 백의 품을 엿본다. 우하귀로 어깨를 짚어간 10은 봄바람에 하늘하늘 날리는 꽃잎 같은데 11, 12의 교환에서 검은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한 마리 나비를 본다. 중국 랭킹 아니 세계 랭킹 1, 2위를 다툴 만한 강자를 눈앞에 두니 어깨에 힘이 들어갔나.

13의 응수타진은 돌팔매의 속도감을 주는데 불끈, 말아 쥔 주먹이 연상될 만큼 맹렬한 의욕이 느껴진다.

돌팔매 같은 13의 응수타진으로 ‘참고도’ 흑1부터 5까지 둔다면, 벚꽃 날리는 봄날 한낮의 풍경처럼 우아한 그림인데…. 반상에는 전운이 감돈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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