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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어린이 비만은 성조숙증 원인…조기 치료 않으면 10cm 덜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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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경민 교수 아이가 크든 작든 1㎝라도 더 컸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생활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성장호르몬에 우선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하지만 성장호르몬은 키를 단숨에 키우는 마법의 약이 아니다. 10㎝ 이상 효과를 보는 아이도 있고, 2~3㎝에 그치는 아이도 있다. 효과를 아예 못 볼 수도 있다. 같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더 많이 크는 아이는 따로 있을까. 건양대병원 이경민 교수에게 성장호르몬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비결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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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교수가 정소라(9·가명)양의 키를 재고 있다. 이 교수는 "성장호르몬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좋은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해 부모들의 관심이 많다.

또래보다 5㎝ 이상 작거나
1년에 4㎝도 크지 않을 땐
병원 검사로 원인 찾아야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돼 뼈와 근육의 성장을 돕는다. 성장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당연히 키가 작을 수밖에 없다.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생산한 성장호르몬을 주입하는 것이 성장 치료다. 또래보다 5㎝ 이상 작거나 성장 속도가 1년에 4㎝ 미만이라면 일단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검사를 받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성장호르몬이 아예 효과가 없을 수도 있나.

“성장판이 완전히 닫혔다면 효과가 없다. 병원에 오면 X선으로 손목 사진을 찍어 뼈 나이를 측정한다. 뼈가 얼마나 자랐는지, 앞으로 얼마나 자랄 건지를 보는 검사다. 검사에서 이미 성장이 끝났다고 나오면 별 방법이 없다.”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다면 성장호르몬 치료가 가능한가.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원칙적으로 성장호르몬 결핍이 아니라면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지 않는다. 저신장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부모의 작은 키가 원인인 ‘가족성 저신장’과 크는 시기가 또래보다 늦은 ‘체질적 성장 지연’,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저신장’이다. 체질적 성장 지연은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는다. 특발성 저신장은 성장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땐 성장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된다. 저신장 아이의 대부분은 가족성 저신장이다. 이땐 성장호르몬을 쓸 수는 있으나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 모두 간절히 원한다면 성장호르몬을 처방하기도 한다.”

-치료 효과가 가장 큰 시기는.

“어렸을 때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보통 만 4세부터 치료를 시작한다. 태어날 때부터 작게 태어나 계속 작게 자란다면 4세부터 치료에 들어간다. 성장호르몬은 체중에 비례해 투약량이 늘기 때문에 어릴때 시작할수록 치료효과도 좋고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다른 요인이 있나.

“가장 중요한 건 생활환경이다. 아이가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선 다섯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로 푹 자야 한다. 체내 성장호르몬은 깊은 잠에 들었을 때 왕성하게 분비된다. 10시 전에 잠들도록 유도하고 자기 전 TV·스마트폰·컴퓨터는 다루지 않도록 한다. 둘째로 낮 동안 30분 이상 햇빛을 받아야 한다. 성장에 아주 중요한 비타민D는 하루 30분 이상 햇빛을 받아야 합성된다. 셋째로 꾸준한 운동은 성장판을 자극해 키를 더 클 수 있게 돕는다. 넷째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 다섯째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호르몬은 성장호르몬의 작용을 활성화한다. 반대로 스트레스가 심하면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나 또한 여섯 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 생활환경 개선 의지가 없다면 성장호르몬이 큰 의미가 없다.”

-영양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어렸을 적 살은 키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

“아니다. 많은 부모가 살이 키로 간다는 말을 믿고 아이를 방치한다. 하지만 의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소아비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여아는 복부지방이 많으면 여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경향이 있다. 성조숙증이 오면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일찍 시작돼 성장이 일찍 끝난다. 예상 키보다 10㎝ 이상 작게 자랄 수 있다. 사춘기가 이르게 왔다면 꼭 치료해야 한다.”

-아이가 매일 맞는 성장호르몬 주사가 스트레스가 되진 않을까.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주사만 봐도 공포에 떠는 아이라면 장난감처럼 생긴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바늘이 보이지 않아 거부감이 적다. 혈당이 잠시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고 호르몬 작용이 끝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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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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