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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출장길 단독 동행] SK네트웍스 지휘 최신원 “우리도 발렌베리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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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오른쪽)이 지난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라구나 비치에서 열린 10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100만 달러 라운드 테이블’에서 행사를 주최한 유나이티드 웨이의 브라이언 갤러거 회장과 만나 얘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문희철 기자]

최신원(64) SK네트웍스 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일성으로 “고생은 이제 시작”이라며 회사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그의 등장은 재계 3위 SK그룹과 SK네트웍스 경영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본지는 지난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장길에 나선 최 회장과 사흘간의 단독 동행 취재를 통해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그룹 모태기업, 선친 타계 43년 만에 대표이사로
“고생은 이제 시작” 회사 개조 프로젝트 시동
“사촌 최태원과 우애 중요 ? 기부문화 선도 나눔보국”

최 회장은 먼저 임직원의 도전 정신을 고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피력했다. 그는 “부친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는 폐허에서 공장을 재건했다”며 “도전 정신을 고취해 (실적이 좋지 않은) SK네트웍스를 바꿔놓겠다”고 언급했다. 회사 개조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SK네트웍스 전신인 선경직물을 만든 선친이 타계한 뒤 43년 만에 총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배경은 여러 가지다. 먼저 SK네트웍스는 지난해 KT렌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23년 만에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까지 반납했다. 영업이익도 1930억원으로 4%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SKC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1년 만에 SK네트웍스 총책임자로 복귀한 것이다. 그는 “먼저 도전 정신 고취를 위해 SK네트웍스 임직원들과 함께 극기훈련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영진이 추진하던 신사업은 당분간 지켜볼 듯하다. 최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의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가장 먼저 문종훈 사장에게 ‘수고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특히 2인 대표이사 체제인 문 사장과의 관계에 대해 최 회장 자신을 “가장 적절한 언덕에 깃대를 꽂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최 회장이 경영 전반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문 사장은 세부 전략을 실천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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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지배구조에서 SK네트웍스는 미묘한 위치다. 최태원(56) SK 회장 등 오너 일가 4형제가 SK그룹을 분야별로 사실상 독자 경영하고 있지만, SK네트웍스는 입지가 애매했다. SK네트웍스가 그룹 모태인 선경직물에서 시작했다는 점도 상징성이 크다. SK네트웍스 최대주주는 ㈜SK이지만(39.1%), 개인 최대주주는 최신원 회장(0.4%)이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보직 없이 SK네트웍스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53년 선경직물에서 출발한 그룹의 모태 기업인 SK네트웍스는 정보통신·상사·에너지·카라이프·패션·호텔·골프장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매출이 20조원에 달하지만 사업부문별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수년 전부터 사업부문별 분사 가능성이 거론됐다.

최근 ㈜SK 등기이사 선임으로 경영에 공식 복귀한 사촌동생 최태원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형제간 우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일가의 맏형으로서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지향점도 제시했다. 그는 “창업주의 ‘사업 보국’ 정신을 승계해 ‘나눔 보국’을 실천하면 볼보·일렉트로룩스 등을 보유한 스웨덴 발렌베리처럼 존경받는 가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160년간 가업을 이어온 발렌베리 가문이 분쟁 한 번 없었던 것처럼, SK그룹도 형제간 우애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어머니 고(故) 노순애 여사의 49재(齋)에서 모친이 당부한 ‘화목’을 형제들과 곱씹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최 회장은 “발렌베리 가문처럼 우리(SK 일가)도 적극적으로 기부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19일 비정부기구(NGO)인 ‘유나이티드 웨이’가 LA에서 주최한 고액 기부자 모임인 ‘100만 달러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주목받았다. 멕시코 고액 기부자들은 최 회장이 총대표를 맡은 국내의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성공 비결을 전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신원 회장은 다음달 5일 선친 묘소를 방문한 뒤 6일 SK네트웍스에 첫 출근한다.

◆최신원 회장=1952년생. SK그룹 고(故) 최종건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장손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작고한 뒤 SK 오너 일가의 맏형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경희대·고려대 대학원을 나왔고, 2000년부터 SKC 회장을 지냈다.

로스앤젤레스=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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