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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본의 대규모 해외 기업사냥…그 속 뜻은?

중앙일보

입력

웃돈 앞엔 장사 없었다. 미국 쉐라톤호텔 등을 보유한 스타우드호텔&리조트월드와이드 이사회가 18일(현지시간)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의 13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짜리 인수제안을 받아들였다. 대신 메리어트인터내셔널과 한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렸다.

지난해 스타우드는 메리어트한테서 122억 달러를 받고 인수합병(M&A)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스타우드 경영진은 안방보험 우샤오후이(吳小暉·50) 최고경영자(CEO)가 내민 웃돈 8억 달러를 거부하기 힘들었다. 메리어트에 위약금 4억 달러를 건네고도 4억 달러가 더 남는 장사다.

톰슨로이터는 “우샤오후이의 스타우드 M&A는 무서운 가로채기”라고 평했다. 1980년대 월가를 뒤흔든 기업사냥꾼의 방식이다. 뒤늦게 M&A 맛을 본 중국 자본이지만 공격성만큼은 뒤지지 않는 셈이다.

실제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중국 자본이 사들인 해외 기업은 1020억 달러에 이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 자본이 지난 한 해 동안 해외 기업을 사는데 들인 돈은 1060억 달러였다. 올 들어 석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지난해 전체 실적과 비슷하다.

반면에 세계 M&A 추세는 한풀 꺾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20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올 들어 세계 M&A 규모가 시원찮다”고 전했다. 이달 15일까지 이뤄진 M&A는 3300억 달러 정도다. 반면 지난해 1분기엔 7400억 달러에 이르렀다. 블룸버그는 “올 들어 M&A 규모는 2004년 이후 최저”라고 전했다.

차이나 머니 공세에 서방 언론은 경계 모드다. FT는“안방보험 등의 자금출처와 경영전략 등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안방보험은 비상장 회사여서 자금 출처를 가늠하기 어렵다. 온갖 추측만 무성하다. 우샤오후이가 과거 중국 공산당 지도자인 덩샤오핑 손녀와 결혼한 점과 현재 권력자 친인척 등이 안방보험 임원으로 영입된 점을 근거로 유샤오후이의 기업사냥 자금이 ‘베이징 권력자의 뒷돈’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런 시각은 중국의 해외 M&A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연결된다. 중국 정부가 강력히 펼치는 부패사냥을 피해 검은 돈이 해외로 탈출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미국 경영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은 최근 전문가의 말을 빌려 “중국 자본이 감시를 피해 해외로 빠져 나가는 합리적인 방법이 M&A”라고 평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 투자은행 보콤인터내셔널홀딩스의 투자전략가인 하오홍(洪灝)은 FT와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위안화 표시 자산을 줄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을 대비한 포트폴리오 다원화다.

다른 경제적 요인은 중국 기업의 실적 악화다. FT는“지난해 중국 상장기업 58% 정도가 실적 악화뿐 아니라 현금흐름 감소를 겪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중국 자본이 기존 중국 내 비즈니스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기업이나 자산을 사들인다는 분석이다.

이런 모습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호황이나 버블의 끝물 현상과 닮았다. 1929년 대공황 직전 미국 자본이 독일 회사를 사들였다. 80년대 후반엔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과 자산을 사냥했다. 미 금융역사가인 존 스틸 고든은 저서 『월스트리트제국』 등에서“미국 기업 M&A 열풍이 대부조합(S&L) 파산사태로 한풀 꺾이려 할 때 일본 자본이 열기를 이어갔다”고 묘사했다. 이는 글로벌 M&A 열기가 주춤한 데 중국 자본의 기업사냥이 왕성한 점과 비슷하다.

20년대 미국이나 80년대 일본의 경험에 비춰보면 요즘 중국의 해외 M&A 열기는 마지막 불꽃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조짐이 조금씩 나타난다. 일부 중국 기업은 과다한 대출을 통해 M&A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중국화공(켐차이나)은 지난달 중국 해외 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430억 달러(약 53조원)에 스위스 종자·비료업체인 업체인 신젠타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화공이 인수 대금의 70% 정도를 대출을 받아 마련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빚을 내 해외 기업을 사냥하는 방식이 실패하거나, 인수 후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M&A의 저주에 휩싸일 수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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