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핸들·페달 없는 차 판매 허가를”…미 정부에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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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자율주행차 시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통부 장관에게 법 개정 요구
‘AI카’ 시판 2020년보다 당겨질 듯

구글이 미국 연방 교통 당국에 운전대나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를 이른 시일 안에 시판할 수 있도록 특별 허가 절차를 도입하는 법규 개정을 제안하면서다. 자율주행차란 탑승자가 브레이크·운전대·가속 페달을 제어하지 않아도 인공지능(AI)과 센서가 도로 상황을 파악해 운행되는 자동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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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구글 자율주행차 사업부 책임자인 크리스 엄슨이 앤서니 폭스 미 교통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이런 제안을 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주의 현행 법규상 비상시에 사람이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운전자가 타고 있어야만 한다. 또 비상시 제어하기 위해 운전대·페달이 필요하다. 구글이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차 내엔 이런 것이 없다.

구글 제안의 주된 내용은 자율주행차 차량의 안전성이 연방 안전 기준에 부합하면 교통 규제 당국으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별 허가를 받으면 구글은 자율주행차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제안서에서 구글은 “적절한 안전성 조건을 부과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이는 엄청난 잠재적 안전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AP는 이 제안을 토대로 “구글이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것이라는 강력한 단서를 수차례 노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2020년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해 왔다.

구글이 특별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의회가 법률을 제정해 관련 규제와 특별 허가 절차에 대한 권한을 연방정부에 부여해야 가능하다. 연방정부에 특별 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일정한 시간 범위 내에 이를 검토하게 된다. 엄슨은 이런 제안의 개요를 15일 상원 상업위원회에 출석해 설명했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구글의 제안은 교통부가 공공 도로상의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에 관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AP가 입수한 제안서 요약본에 따르면 구글은 사람이 운전할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에 상당히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구글과 애플 같은 정보기술 업체와 BMW·벤츠·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이 중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구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해 왔다. 초기엔 시판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개조해 시험했지만 지난해부터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차 프로토타입(시험 모델)으로도 주행 시험을 해왔다. 구글은 이미 330만㎞ 자율주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캘리포니아주 마인틴뷰 구글 본사 인근에서 버스와 부딪치는 사고가 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구글 자율주행차가 도로 배수로 근처에 있던 모래주머니를 발견하고 피해가려다 속도를 늦추지 않은 버스와 충돌한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은 버스가 속도를 줄일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버스는 그대로 직진해 발생한 사고였다. 이 사고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그리고 사고 시 책임 소재 판단에 대한 어려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교통부는 이와 관련해서도 앞으로 6개월간 자동차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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