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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잭 스나이더 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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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두 수퍼 히어로의 대결을 그린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3월 24일 개봉, 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 ‘맨 오브 스틸’(2013)에 이어 이 영화를 연출한 잭 스나이더(50) 감독은,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2012~, 조스 웨던 감독)에 맞서 DC 코믹스(이하 DC) 출신 영웅들의 연합 ‘저스티스 리그’를 구상 중이다. ‘300’(2006) ‘왓치맨’(2009) 등 여러 만화 원작 영화를 만들어 온 ‘만화책 덕후’이기도 한 그를 지난 3월 11일 중국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만났다. 지난해 12월 미국 LA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 나눈 이야기와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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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베이징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트맨 역의 벤 애플렉(왼쪽), 잭 스나이더 감독(가운데), 슈퍼맨 역의 헨리 카빌.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미국 만화계의 상징적인 두 영웅의 대결을 스크린에 부활시켰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영화다. 만화 팬으로서 어릴 적 우상이던 배트맨과 슈퍼맨을 스크린에 함께 등장시킬 수 있어 굉장히 기쁘다. 또한 그 역할을 벤 애플렉과 헨리 카빌이 각각 맡아 주어 뜻깊다. 두 수퍼 히어로의 대결을 기다려 온 만화 팬들은 물론, 일반 관객에게도 이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돼 영광이다.”

나의 '팬심'까지 만족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유명 만화 캐릭터를 영화화하는 데서 오는 부담은 없었나.
“누군가의 압박이나 기대감이 아닌, 열렬한 만화 팬이던 내 자신의 ‘팬심’에서 오는 부담감이 무엇보다 컸다. 원작의 팬들뿐 아니라 나 자신까지 만족시킬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이제껏 나온 적 없는 수퍼 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두 캐릭터에 대한 책임감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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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슈퍼맨과 배트맨이 서로를 노려보는 모습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치는데.
“사실 힘의 세기로만 따지면 배트맨은 슈퍼맨을 이길 수 없다. 인간인 배트맨과 달리 슈퍼맨에게는 신(神)에 가까운 초능력이 있으니까. 두 존재의 대립을 어떤 식으로 그럴듯하게 빚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단순한 대결이 아니라 보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결이 아니라면 어떤 얘기를 담고 싶었나.
“사실 둘 중 누가 이기는지는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두 영웅의 갈등은 각자 정의를 실현하려 애쓰지만, 그 방식이 다르다는 거다. 과연 누구의 정의가 옳은 것인지를 묻고 싶었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거나 무겁지는 않을 것이다. 군데군데 웃음이 터질 부분도 많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은 없나.
“관객이 ‘저건 영화일 뿐이잖아?’라 생각하며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감정에 계속 거리를 둔다면, 그 영화는 그걸로 끝이다. 그런 맥락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2005~2012)는 무척 위대한 작품이다. 배트맨을 만화책 속에서 끄집어낸 다음, 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캐릭터로 변화시켜 관객의 공감을 샀으니까. 나 역시 배트맨과 슈퍼맨의 만남을 통해 화끈한 액션, 매력적인 캐릭터, 철학적인 메시지를 한 번에 담고 싶었다. 서로에게 위협을 느끼는 두 주인공을 통해, 미지의 존재를 막연히 두려워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 영화에서 두 영웅은 각각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나.
“배트맨의 경우 프랭크 밀러의 만화 『다크 나이트 리턴즈』(세미콜론)처럼 전성기가 한참 지난 중년 남성으로 등장한다. 그는 과거 자신의 자경 활동이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회의감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슈퍼맨은 보통 ‘선한 영웅’ 이미지로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는데, 원작 만화를 보면 무척 복잡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다. 이전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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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벤 애플렉을 새로운 배트맨으로 낙점한 이유는.
“캐스팅 전 미리 정해 놓은 기준이 있었다. 일단 키 180㎝ 이상의 덩치 큰 남성을 원했다. 40대 초반의 배트맨으로, 이왕이면 턱이 멋진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누가 있을까(웃음)? 벤 애플렉을 만나 ‘배트맨을 맡아 달라’고 했더니 화들짝 놀라더라. 우리 둘 다 애플렉이 배트맨 역을 맡는 데 대한 일부 팬들의 거센 반대를 예상했다. 하지만 하루빨리 영화가 개봉해 관객들이 그가 얼마나 멋진 배트맨인지 두 눈으로 확인했으면 좋겠다.”

-전작을 통해 스펙터클하면서도 감각적인 액션 장면을 선보여 왔다. 이번에는 어떤 액션을 시도했나.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를 총동원해 모든 액션을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물리학자가 봤을 때도 허점이 보이지 않도록 말이다. 특히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초인적 존재의 액션 장면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각별히 신경 썼다. 그렇다고 배트맨의 액션을 등한시한 건 아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격돌하는 장면에선 두 인물의 상반된 성격과 스타일이 묻어나는 액션을 끌어내려 했다.”

-이번 영화는 여러모로 DC 수퍼 히어로의 연합 ‘저스티스 리그’를 위한 초석 같다. “물론이다. 이 영화를 통해 이후 DC 수퍼 히어로 영화들의 행보를 제시하려 했다. ‘저스티스의 시작’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도 그래서다. 한편 배트맨과 슈퍼맨의 갈등을 충분히 조명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둘의 대립은 저스티스 리그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원더우먼’(내년 6월 개봉, 패티 젠킨스 감독)을 포함해 앞으로 다양한 DC 수퍼 히어로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마다 영웅들이 겹쳐서 출연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기도 할 것이다.”

-처음 수트를 입고 마주 선 두 배우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나. “보통 현장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볼 땐 주로 장면보다 색감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벤 애플렉과 헨리 카빌이 의상을 입고 마주 섰을 땐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감탄사가 멎지 않았다. 연출이고 뭐고 아이폰을 꺼내 사진 찍기 바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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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 오브 스틸` 스틸컷]

'맨 오브 스틸'에서 찾은 '배트맨 대 슈퍼맨'의 단서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전작 ‘맨 오브 스틸’을 만들 당시, “속편엔 누가 슈퍼맨의 적으로 등장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슈퍼맨의 숙적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와 배트맨을 떠올렸다. 그는 ‘맨 오브 스틸’ 중간 중간에 ‘배트맨 대 슈퍼맨’을 예고하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영화 속에 재미 삼아 숨겨 놓은 메시지)를 깨알 같이 삽입했다. 슈퍼맨이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과 싸우는 장면에 등장하는 대형 트럭은 루터가 소유한 다국적 회사 ‘렉스 코프’의 차량이다. 두 초인의 전투에 휘말려 파괴되는 인공위성 표면에는 ‘웨인엔터프라이즈 그룹’(브루스 웨인의 회사)의 로고가 선명하게 보인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선 배트맨이 슈퍼맨의 힘을 억제하는 외계 광물 크립토나이트(Kryptonite)를 어떻게 손에 넣게 됐는지가 밝혀진다. 어쩌면 ‘맨 오브 스틸’에 그 단서가 존재할 수도 있다.

고석희 이경민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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