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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왕입니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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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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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키플레이어로 꼽히는 KCC 에밋과 오리온의 잭슨. 에밋은 “레바논, 베네수엘라, 멕시코 리그에 이어 한국에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잭슨은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응수했다. 양 팀 훈련장에서 각각 촬영한 두 선수의 사진을 합성했다. [용인·고양=김상선 기자]

“조 잭슨은 스피드가 무척 빠르다. 그런데 그의 키는 기껏해야 내 가슴 정도 오나?” (프로농구 전주 KCC 안드레 에밋)

득점왕 에밋 “키 큰 내가 더 유리”
덩크왕 잭슨 “심장은 내가 더 커”

“에밋의 폭발적인 득점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패스 능력과 수비는 내가 한 수 위다.” (고양 오리온 조 잭슨)

오는 19일부터 7전4승제로 치러지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KCC와 오리온의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34·1m91cm)과 조 잭슨(24·1m80cm). 농구 전문가들은 양팀 간판선수인 ‘득점 기계’ 에밋과 ‘덩크왕’ 잭슨이 우승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한다.

프로농구연맹(KBL)은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때는 키 1m93cm을 넘는 장신 1명과 1m93cm 이하의 단신 1명을 뽑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 규정 덕분에 KCC 센터 하승진(2m21cm)보다 30cm 이상 작은 에밋과 잭슨 같은 단신 외국인 선수들이 올해 처음으로 국내 무대를 밟게 됐다. 특히 에밋과 잭슨은 미국프로농구(NBA)의 정상급 테크니션 부럽지 않은 화려한 기술농구를 펼치며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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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밋은 미국대학스포츠(NCAA) 1부리그 텍사스 공대에서 뛰면서 텍사스 공대 최다인 2256점을 기록했던 선수다. 멤피스와 뉴저지 소속으로 NBA 14경기를 경험했다. 에밋은 몸을 뒤로 젖히며 던지는 페이드 어웨이슛, 볼을 높이 올려 쏘는 플로터슛 등 예측불허의 슛으로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에밋은 특히 정규리그 54경기에서 총득점 1위(1389점·평균 25.7점)에 올라 KCC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다. 또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PO)에서도 평균 33.7점을 기록하면서 KCC가 3승1패로 승리하는 데 주역이 됐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에밋은 최근 바둑대국에서 이세돌 9단을 꺾은 인공지능 알파고를 연상시킨다. 한마디로 득점 기계라 할 만 하다”고 말했다. 우지원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에밋은 마르커스 힉스(전 오리온), 크리스 윌리엄스(전 모비스)와 함께 KBL 역대 톱3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고 평가했다. 지난 16일 용인의 KCC 훈련장에서 만난 에밋은 “나를 알파고와 비교하다니 과찬이다. 난 기계가 아니다”면서도 “2011년 중국 리그에서 한 경기에 71점을 넣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의 조 잭슨은 미국 청소년 국가대표로 2011년 19세 이하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다. 단신의 잭슨이지만 덩크슛 능력이 일품이다. 특히 지난해 11월21일 창원 LG전에선 자신보다 키가 26cm나 큰 김종규(25·2m6cm)를 앞에 두고 ‘인 유어 페이스 덩크슛(in your face dunk)’을 터뜨려 화제가 됐다. 이 덩크슛은 올시즌 프로농구 최고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스탠딩 리치(팔을 위로 뻗어 잰 길이)가 2m38.7cm나 되는 잭슨은 러닝 점프 높이도 93cm나 된다. 이 덕분에 키가 작은데도 3m5cm 높이의 림에 가볍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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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엽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잭슨은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덩크슛을 쏜다”고 평가했다. 잭슨에게 눈앞에서 덩크슛을 허용했던 김종규는 “잭슨에게 완벽한 굴욕을 당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멍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15일 고양의 오리온 훈련장에서 만난 잭슨은 “미국 친구들이 ‘인 유어 페이스 덩크’ 동영상을 본 뒤 연락을 해왔다. 나는 신장은 작지만 심장은 크다. 관중을 흥분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잭슨은 울산 모비스와의 4강PO에선 평균 17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잭슨은 정규리그 MVP 4회 수상자인 양동근(35)과의 최고 포인트가드 대결에서도 완벽한 판정승을 거뒀다. 질풍같은 드리블로 수비를 요리조리 제친 뒤 골밑슛이나 덩크슛을 터뜨리는 게 장기다.

두 선수에게 “닮고싶은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에밋은 NBA 피닉스 선즈에서 활약했던 찰스 바클리(53)를, 잭슨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3)을 꼽았다.

챔프전을 앞둔 추일승(53) 오리온 감독은 “에밋은 수비하기 힘든 선수다. 차라리 다른 선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승균(42) KCC 감독은 “잭슨이 공을 못잡게 해 오리온의 밸런스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박린 기자, 고양=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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