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에도 봄바람~ "이세돌·알파고 고마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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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도 남양주 `육형제 바둑` 공장에서 직원들이 바둑판을 제작하고 있다.

바둑시장에 봄바람이 불어왔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이 몰고 온 것이다.

창업 50년을 넘긴 '육형제 바둑' 신추식 본부장은 16일 경기도 남양주시 공장에서 "인터넷 게임과 달리 바둑은 인성과 품성을 다잡는 예와 도"라며 바둑 바람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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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형제 바둑` 공장에서 직원이 바둑판에 줄 긋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바둑계가 이번 대국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주문량이 이만 세트에서 사만 세트로 두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이 업체에서 생산하는 일반 보급용 바둑 세트는 아예 품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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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형제 바둑` 공장에서 직원이 바둑판에 마감재를 붙이고 있다.

신 본부장은 자사 바둑 제품은 호주, 미국, 프랑스등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고 다음달에는 '가성비'우수한 한국산 바둑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중국 바이어가 내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세돌을 꿈꾸는 바둑 학원가도 꿈나무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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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행당동 이세돌바둑연구소에서 김박가온 군이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복기하고 있다.

서울 강북 수유동에서 으뜸바둑 학원을 10년 째 해오던 소병윤(50)씨는 개원 이후 몇 차례 위기를 맞아 학원 크기를 1/3 수준으로 줄였다. 그러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상담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전화에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소 사장은 "확실히 바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바둑시장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꺼져가던 바둑 불씨 살아났다고 전했다.

바둑사범 2년 경력 나규동(24)씨는 "그동안 바둑인구가 많이 줄어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며 "연락 없던 친구들로부터도 안부를 전화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다"고 말했다.

바둑 학원에서 만난 3년 경력 곽호준(10)군은 "나도 알파고 이겨 보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곽 군은 1년 정도 쉬었다 최근 다시 학원에 다시 다니게 됐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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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준(10)군이 학원 동료들과 대국하고 있다.

이 학원에 다니는 이주하(10)군은 “태권도보다 머리를 쓰는 바둑이 나한테 어울려요”라며 할머니와 함께 학원을 방문해 등록을 마쳤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 이들이 벌였던 세기의 대결로 한동안 시들했던 바둑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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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천하의 `예와 도`

모처럼 부는 바둑에 대한 열풍이 한때 인기몰이에 그칠것인지, 그 열기가 지속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글= 오종택 기자(oh.jongta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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