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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새 대법관에 중립성향 갈랜드 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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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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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새 대법관 후보로 메릭 갈랜드(63·사진)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장을 지명했다. 한달 전 갑자기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공석을 메울 후임이다.

오클라호마 테러 사건 수사 지휘
WP “정치 성향 드러낸 판결 없어”
공화당 인준청문회 거부할 지 주목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법관 후보 지명을 발표하면서 “갈랜드는 법이 지적 활동 이상의 것이라는 시각을 보여줬으며, 모든 미국인의 기본권 보호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메일을 통해 “오늘 나는 대법관에 적합하다고 믿는 사람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대법관 지명은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적 의무인 동시에 나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대통령도 내려야 할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백인인 갈랜드는 시카고 출신으로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나왔다. 워싱턴의 로펌 ‘아널드 앤 포터’ 파트너로 일하다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부터 법무부에서 일했다. 당시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 테러 사건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7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D.C.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했고 76대 23으로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과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에게 자리를 내줬다.

공화당은 차기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다.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 우위’였던 대법원 이념 지향이 ‘진보 우위’로 바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갈랜드 지명은 이런 공화당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갈랜드는 온건 성향으로 민주·공화당 양당 의원 모두에게 우호적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워싱턴포스트(WP)로부터 “판결문이나 성명 등을 통해 정치 성향이나 사법부 역할에 대한 시각을 드러낸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뚜렷한 색깔을 나타내지도 않았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인 소토마요르·케이건 대법관을 지명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정이다. 민주당 서열 3위인 척 슈머 상원의원(뉴욕)은 AP통신에 “(갈랜드 지명은) 초당적 선택” 이라며 “공화당이 그를 지지할 수 없다면, 누가 공화당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대법관 후보를 지명하더라도 인준 청문회를 열지 않겠다며 결사 반대해 온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97년 갈랜드의 D.C. 항소법원 판사 인준에 찬성했던 공화당의 팻 로버츠 상원의원(캔사스)은 “지명자가 아니라, 절차를 문제삼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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