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과감한 포지션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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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욕 양키스가 '리틀 마쓰이'에게 관심을 표했을 때 '흠칫'하고 놀랐다. 리틀 마쓰이는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의 유격수 마쓰이 가즈오(28)다.

이치로(시애틀)와 '빅 마쓰이'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가 떠난 일본야구의 최고 스타다. 양키스를 비롯한 5~6개 팀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키스가 수퍼스타를 영입한다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흠칫'이란 표현을 한 이유는 마쓰이 가즈오의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데릭 지터와 알폰소 소리아노의 양키스 키스톤 콤비가 떠오른다. 지터와 소리아노는 양키스의 현재며 미래다. 그들이 건재한데 마쓰이를 데려다 어디에 쓰겠다는 건가?

양키스의 복안은 이렇다. 마쓰이를 데려오면 그를 2루수로 기용하고 소리아노를 좌익수로 돌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 야구에서 포지션 변경이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다른 예를 찾아볼 차례다. 금방 떠오르는 선수는 크레익 비지오(휴스턴). 1988년 포수로 데뷔해 골드글러브를 받은 뒤 92년부터 2루수로 활약했고(물론 골드글러브를 또 받았다), 서른일곱이 된 올해 중견수 변신에 성공한 주인공이다.

그 다음에는 치퍼 존스(애틀랜타, 3루수→좌익수).피트 로즈(은퇴, 2루수→좌익수). 로빈 요운트(은퇴, 유격수→중견수)등 쟁쟁한 얼굴들이 떠오른다.

생각은 자연스레 국내로 이어진다. 국내 프로야구 '변신 성공 베스트5'.

①이순철(은퇴, 3루수→중견수)

85년 해태 3루수로 신인왕, 86년 한대화 영입 뒤 외야수 전향, 88,91,92년 외야수 골든글러브.

②장종훈(한화, 유격수→1루수)

88년 빙그레 유격수로 골든글러브, 장타력 키우려 1루수로 전환. 이후 홈런포 만개. 이승엽 등장 이전까지 홈런왕으로 군림.

③이종범(기아, 유격수→우익수)

설명이 필요없는 야구 천재. 93,94,96,97년 유격수 골든글러브. 98년 일본에 진출하며 외야수로 전환. 지난해 외야수 골든글러브.

④김성래(은퇴, 2루수→1루수)

86,87,88년 2루수 골든글러브. 무릎 인대 수술 이후 1루수로 전향. 93년 1루수 골든글러브.

⑤이광은(은퇴, 3루수→좌익수)

추억의 MBC 청룡 유니폼. 84년 3루수 골든글러브, 85년부터 좌익수로 골든글러브 3연패.

이렇게 꼽아 보면 국내 야구에서도 수비 위치를 바꿔 팀 전력에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자신의 선수생명도 화려하게 이어나간 선수들이 적지 않다. 개인의 노력과 팀의 배려가 조화를 이루면 충분히 가능한 시도다.

김동주.김한수.이현곤이 주전 3루수로 뛰고 있는 두산.삼성.기아에는 내년에 나란히 김재호(중앙고).박석민(대구고).김주형(동성고)등 대형 내야수들이 입단한다. 소모성 주전 경쟁보다는 포지션 이동을 통한 새로운 도전이 팀과 선수를 모두 살리는 '윈-윈'에 더 가까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닌지.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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