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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플라시도 도밍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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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62)는 잠을 거의 비행기 안에서 자다시피 한다. 현역 오페라 가수, LA오페라.워싱턴 오페라 예술감독, 지휘자,식당 경영인 등 1인4역에다 자선 활동까지 보태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그것도 부족해 오는 10~20일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공연에선 1인2역을 맡는다. 두 배역을 맡는 게 아니다. 모두 7회 공연 중에서 네 차례는 유랑극단 단장 카니오 역을 맡아 무대에 출연하고, 나머지 3회 공연에선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특히 하루에 공연을 두 번하는 20일에는 낮 공연(마티니)에서 노래를 부른 뒤 공연 종료 1시간 후에 다시 시작하는 밤 공연에선 지휘를 맡는다. 지난해 기관지염으로 몇차례 공연을 취소한 적이 있지만 요즘은 나흘동안 연속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보통이다.

도밍고가 무대에 오를 땐 로열오페라 음악감독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봉을 잡고, 지휘대에 오를 땐 테너 데니스 오네일이 카니오 역으로 출연한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연출을 맡고 소프라노 안젤로 게오르규, 바리톤 레오 누치.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등이 출연한다. 1시간15분밖에 걸리지 않는 이 오페라는 마스카니의 '카발렐리아 루스티카나'와 함께 상연하는게 관례지만 이번에는 단독으로 공연된다. 입장권 최고 가격은 1백60 파운드(약 32만원). 1분에 2 파운드(약 4천원)짜리 공연인 셈이다.

최근 바로크 오페라와 사르수엘라(스페인식 오페레타)에도 관심을 넓혀가고 있는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07년에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 40주년 맞는 해다. 하지만 지휘나 음반 녹음을 통해서 그의 연주를 접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도밍고는 역사상 가장 많은 테너 배역을 소화해낸 성악가로 손꼽힌다. 음반으로는 1백20개가 넘는 배역을 녹음했다.

뉴욕 맨허튼 49번가에서 멕시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최근 식당 이름을 '도밍고'에서 '팜파노'로 바꾸고 해산물 요리를 보강하는 등 새 메뉴를 선보였다. 그는 지난달 25일 옥스퍼드대에서 명예 음악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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