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리우올림픽 와일드카드로 낙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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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 [중앙포토]

손흥민(24·토트넘)이 리우 올림픽에 나간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와일드 카드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울리 슈틸리케(62) A대표팀 감독은 14일 손흥민(A매치 45경기 14골)을 제외한 23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안면복합골정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빠졌던 이정협(25·울산)이 이날 다시 A대표팀에 발탁됐다.A대표팀은 24일 안산에서 레바논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7차전 치르고, 27일엔 태국 방콕에서 친선경기를 벌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뽑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손흥민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과 논의해 3월 A매치에는 손흥민을 뽑지 않기로 했다. 대신 토트넘 구단에 손흥민의 올림픽 본선 차출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까지 5개월을 남기고 와일드 카드를 발표한 건 이례적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홍명보 감독은 대회 한달 전에야 와일드 카드 선수를 공개했다. 올림픽 축구는 출전 연령을 23세 이하로 제한한다. 대신 출전명단 18명 중 3명은 23세를 넘어도 와일드 카드로 뽑을 수 있다. 올해 24세인 1992년생 손흥민이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와일드 카드로 출전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올림픽은 국제축구연맹(FIFA) 의무차출 규정이 없다. 소속팀의 허락이 필수적이다.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에 도전 중인 토트넘은 14일 현재 선두 레스터시티에 승점 2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유로파리그까지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이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이 3월 대표팀 경기에 나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토트넘은 FIFA 규정에 따라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3월 A매치 데이에 손흥민을 보내줘야 한다. 이같은 상황을 잘 아는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묘수를 찾았다. 지난해 1월 카타르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한국이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짓자 한국축구도 살고, 토트넘도 사는 '윈(win)-윈' 전략을 준비했다. 신 감독은 "토트넘과 사전 교감이 없으면 손흥민 같은 선수는 올림픽에 데려가지 못한다"며 와일드 카드 1장을 일찍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은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뽑지 않았다. 개인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수비 가담이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손흥민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소속팀 독일 레버쿠젠의 반대에 부딪혀 독일에 남아있어야 했다. 그해 한국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8월 리우 올림픽은 손흥민에겐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림픽에선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병역혜택을 받는다. 신 감독은 "흥민이가 '올림픽에서 멋진 경기를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해왔다. 흥민이는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에이스다.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의지도 확고한데 그를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신 감독은 박주영(31·서울)이 2012년 런던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듯 손흥민이 대표팀의 해결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신 감독은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B에서 성인팀 데뷔전을 치른 이승우(18)의 발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신 감독은 ""이승우가 성인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는지 지켜보겠다. 팀에 보탬이 된다면 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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