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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사비스 “알파고, 묘수·복잡함에 약점”…김성룡 “이, 세 판 만에 간파한 건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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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3국에서 드러난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완벽해 보였다. 1, 2국에서 패싸움을 한사코 피하는 것처럼 보여 복잡한 국면에 취약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3국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팻감의 많고 적음까지 계산을 끝낸 고수처럼 패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대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오히려 대국을 거듭할수록 이세돌 9단의 기풍을 파악해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구글 “영국 돌아가 원인 분석”

하지만 역시 약점은 ‘복잡함’에 있었다. “이세돌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로 알파고가 실수했다”는 개발사 딥마인드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의 분석처럼 이날 대국의 승패가 걸린 핵심적인 중앙 싸움에서 데이터에 없는 이 9단의 묘수가 나오자 ‘헛손질’이 이어졌고 결국 패배가 확실해지자 돌을 던졌다. 복잡한 상황에 약한 알파고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능력이 있는 프로 기사라면 앞으로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 9단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성룡 9단도 “알파고는 상대방이 자신의 집에 침투했을 때 대처 능력이 조금 미흡한데 이 9단이 단 세 번의 경험만으로 그걸 알아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평했다.

인간의 직관과 학습능력을 모방한 알파고의 ‘딥러닝’에 기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기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바둑 사이트 사이버오로의 손종수 상무는 “알파고가 그동안 축적한 바둑 기보 데이터베이스(DB)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고 수준의 프로기사들의 최고 수준 기보를 축적해 이를 바탕으로 강화학습을 한 게 아니어서 한계를 노출한 것 같다”는 지적이다. 대국 후 허사비스 CEO가 “알파고는 이 9단에 초점을 맞춰 바둑 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바둑의 세계에 ‘100% 강자’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알파고의 실력이 노출되면 될수록 인간 기사들이 상대하기 편해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알파고 스타일에 익숙해질수록 알파고의 승률은 떨어질 거라는 얘기다. 물론 이날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번 5번기의 승자는 이미 3승을 거둔 알파고다.

허사비스 CEO는 “영국에 돌아가 오늘 대국을 면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국 전부터 자신들의 목표가 이 9단과 같은 최고 수준 기사와의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패배했지만 결국 승리한 건 이번에도 구글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대식 KAIST 교수는 “알파고가 오늘 약점을 노출했지만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면 개선될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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