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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서 오류 내면 치명적…구글, AI 사고율 낮추기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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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3일 이세돌 9단에게 ‘인공지능(AI) 바둑기사’ 알파고가 처음으로 패하긴 했지만 알파고의 뛰어난 실력으로 구글은 ‘AI 선두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했다. 특히 구글은 이 9단에게 알파고가 첫 불계패한 13일 대국도 AI를 개선할 중요한 기회라고 보고 있다.

AI 선두기업 이미지 굳힌 구글
젯팩 등 AI 스타트업 잇따라 인수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국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이 9단에게 진 대국 결과를 분석해 알파고의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확인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은 최근 2년간 AI에 집중 투자했다. 세 번째 대국이 열린 12일 대국 현장을 방문한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사장도 “내가 대학원생일 때 인터넷이 가장 인기 있는 주제였다면 지금은 AI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며 “AI는 의료 분야 등에서 활용할 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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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2년 전 딥마인드를 4억 달러(약 4800억원)에 인수한 이후에도 젯팩·다크블루랩스·비전팩토리 등 다양한 AI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지난해엔 중국어 음성인식 AI 기술을 보유한 몹보이를 인수했다. 21세기 주류 언어로 떠오른 중국어 시장을 내다본 투자다. 구글은 AI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구글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보면 답이 보인다.

구글 AI의 최전선에는 자율주행차가 있다. 카메라와 센서, 구글 지도를 활용해 알아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는 최근 6년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 200만 마일(약 330만㎞)을 달렸다. 목표는 알파고처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것. 구글은 “이제까지 사고 18건 중 구글차 과실로 인한 사고는 단 1건이었다”고 밝혔다.

로봇 역시 구글 AI의 적용 가능성이 크다. 구글이 2013년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달 기능이 크게 향상된 휴머노이드(인체와 비슷한 모양의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이런 로봇이 AI를 이식받아 판단력까지 갖춘다면 전쟁터는 물론 서비스 산업에도 투입될 수 있다.

구글은 IBM·애플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AI 헬스케어 분야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구글의 스타트업 투자사 구글벤처스는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에 총 투자금(4억2500만 달러)의 31%를 썼다. 지난해 말엔 알파벳의 생명과학 부문 자회사인 베릴리가 의료기기업체 존슨앤드존슨과 스마트 수술 로봇을 개발할 합작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환자의 진단 정보를 AI가 분석하고 최적의 수술 방법까지 판단해 실행하는 로봇이다. 알파고는 이미 영국 보건원과 협력해 질병 진단·치료법 탐색에 활용될 예정이다.

구글의 기존 서비스에도 이미 AI의 기반 기술인 머신러닝(기계학습)이 반영돼 있다. 외국어로 된 메뉴에 카메라를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구글 번역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하지만 AI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이 9단의 허를 찌르는 수에 알파고가 허점을 드러낸 것처럼 헬스케어 분야에서 오류를 낸다면 치명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AI는 여전히 보완재에 그친다. 구글도 이를 의식해 자율주행차와 의료 분야 AI의 사고율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분야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세질수록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AI 기술을 쥔 구글에 사회 전체의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은 전 세계 스마트폰의 81%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장악하고 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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