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영국·프랑스·사우디 무임승차에 짜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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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전통의 우방인 영국·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프리 라이더(free rider·무임승차국)’라고 공개 비판했다. 현직 대통령이 상대국 정상 이름까지 거명하며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간 쌓였던 속내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카다피 축출 당시 책임 회피 거론
“향후 가장 큰 도전은 미·중 관계”
동맹국에 중국 견제 요구 가능성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월간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프리 라이더가 나를 짜증 나게 만든다”며 동맹국 세 나라를 거명했다. 국제적으로 긴급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동맹인데도 책임을 회피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을 축출할 때를 예로 들며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리비아의) 모든 방공망을 쓸어 버려서 (프랑스가 작전에) 나설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 놨는데도 프랑스가 공습에 가세했다는 것을 자랑하기에 바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애틀랜틱은 오바마 대통령이 캐머런 총리에게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 이상을 국방비에 지출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미국과는 ‘특수 관계’가 아니라고 경고했다고 공개했다.

사우디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우디는 이란과 잘 지내야 한다”며 “사우디와 이란의 경쟁은 시리아·이라크·예멘에서 대리전과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란 견제에 몰두하고 있는 사우디 때문에 미국의 중동 정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 현안을 놓고 “미국이 항상 앞장을 설 필요는 없다”며 동맹과의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미국에 대한 가장 큰 도전으로 중국을 꼽은 뒤 “미·중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틱이 이날 공개한 인터뷰 내용에는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도 책임을 질 분야로 “대테러전, 러시아 침공, 중국의 패권적 행동”을 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남중국해를 놓고 한국도 중국 견제에 목소리를 내 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동을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도시 ‘고담’에, 이슬람국가(IS)를 영화 ‘다크 나이트’의 악당인 ‘조커’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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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홀린 미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가 백악관 내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 도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캐나다 정상의 ‘브로맨스’=캐나다 총리로 1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에 미국이 열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뤼도 총리는 백악관을 찾아 오바마 대통령과 테러리즘과 기후변화 협약에 대해 회담했다. 두 정상은 회담과 저녁 만찬에서도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명 캐나다 가수 저스틴 비버를 언급하며 “가장 인기 있는 캐나다인 이름은 저스틴(쥐스탱의 영어 발음)일 것”이라고 농담했고 트뤼도 총리도 “오바마만큼(8년)만 오래 총리직을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NYT 등 미국 언론들도 두 사람의 만남을 ‘브로맨스(남성 간 로맨스)’라고 표현했다.

트위터에는 “트뤼도가 오바마를 보는 눈빛으로 누군가 나를 바라보면 좋겠다” “트뤼도 총리를 납치해 오바마 대통령의 뒤를 잇게 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44세의 트뤼도 총리는 매력적인 외모와 진보적 공약으로 ‘캐나다의 오바마’로 불린다. 오바마가 2009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나이는 48세였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정원엽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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