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고속도로서 시속 250㎞ ‘광란의 레이스’ 펼친 외제차 동호회 회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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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차량 블랙박스 영상 캡쳐화면.

외제차를 타고 고속도로에서 ‘광란의 레이싱’을 펼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서울의 고속도로에서 시속 250㎞로 달리며 난폭 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외제차 동호회 회원 김모(31·여)씨 등 12명을 입건했다고 10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BMO 매니아’ ‘아우O 매니아’ 등 온라인 외제차 동호회에서 ‘레이싱’을 즐기는 사람들로 구성된 소모임 회원들이었습니다. 지난달 7일 저녁, 이 모임의 회원 김씨가 단체 카톡방에 번개 레이싱 모임 공지 글을 올린 게 이번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김씨의 글에 11명의 회원이 참석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같은날 밤 10시 서울 강서구에 있는 주차장에 모였습니다.

<본격적인 레이싱(?)을 펼치고자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피의자 차량>

김씨 등은 올림픽대로를 경유해 인천공항고속도로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사이를 지그재그로 운전하며 추월하는 속칭 ‘칼치기’ 등 위험천만한 난폭 운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광란의 레이싱’을 즐기면서도 무전기를 이용해 단속 정보 등을 공유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주차장서 짧은 모임 후 도로 위를 달리는 피의자 차량>

이들은 일정지점까지 시속 60~80㎞로 달리다 정해진 구간에서 최고 속도를 내 결승지점에 먼저 들어가는 일명 ‘롤링 레이싱’ 게임을 즐겼습니다. 최고 속도를 내는 지점에선 시속 250㎞까지 속력을 내며 달렸습니다. 일반 차량들이 함께 달리는 서울 도로 한복판에서 말이죠.

그러다 결국 사고까지 내고 맙니다. 모임 회원인 이모(22)씨의 차는 도로를 달리다 인천공항고속도로 기점 30.6㎞ 지점에서 차량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유모(50ㆍ여)씨 가족이 타고 있던 승용차를 추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유씨 가족은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피해자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본 사고 당시 상황>

일행들끼리도 추돌 사고가 났습니다. 회원 임모(32)씨와 최모(23)씨였습니다. 이들은 보험회사에 서로 아무런 관계가 아닌 것처럼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합니다.

레이싱 중간에 다른 회원이 사고가 나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목적지인 영종도 해안가 도로에 도착해 주행 중 원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잡아 180도 회전하는 운전기술인 ‘이너셜 드리프트’ 등 각종 레이싱 기술을 서로 시연해보였습니다.

지난달 12일부터 처벌 조항이 신설돼 ‘칼치기’ 등 난폭 운전을 하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경찰 관계자는 “심야 시간대에 벌어지는 난폭 운전은 사망 사고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레이싱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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