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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면접 11일 간의 기록, 정치 거물들의 말말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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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공천 면접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 의원)가 11일차로 나눠 진행한 면접 기간 동안 여의도 당사 6층 면접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차갑게 얼어붙기를 반복했다.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7선을 지낸 서청원 최고위원, 6선의 이인제 최고위원도 예외 없었다.  친박계·비박계 의원들에겐 계파 갈등과 관련된 압박면접이 진행되기도 했다.

  긴장감 넘치는 면접장에서 예비후보 ‘을(乙)’이 되어 공천위원 앞에 섰던 거물 정치인들의 말말말을 정리해봤다.

▶“인사하자. 차렷! 경례!”(김무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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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11시 16분 부산 영도구에 출마하는 김무성 대표등 예비후보들이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 면접을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일 오전 11시16분. 김 대표는 부산 중-영도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들과 함께 서서 경례 구호를 외쳤다. 공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 위원장과 김 대표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면접관-피면접자란 신분에 따라 김 대표가 자세를 낮춰 경례를 하는 등 ‘갑(甲)한구-을(乙)무성’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기자들이 나간 뒤엔 1차 공천 결과 발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당헌ㆍ당규에 명시된 상향식 국민공천의 원칙에 따르면 자격심사 결과 문제가 없을 때 최소한의 경선 참여 기회는 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끼리 자주 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최경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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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일 오후 6시 31분엔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경남 경산·청도) 의원이 면접장에 섰다. 이른바 ‘진박감별사’로 불리는 최 의원에게 “친박계 핵심으로 계파만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그에 대해 최 의원이 내놓은 답이다. 최 의원은 면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선이 되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고 해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토대로 해서 정권을 재창출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 연설에서 우리 당의 정강정책에 위배되는 대목은 전혀 없습니다”(유승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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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대구 동구을 지역 공천 면접을 앞두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예비후보(오른쪽)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6일 오전 11시25분.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에게 이 위원장은 "원내대표 연설 때 증세 없는 복지라고 했던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유 의원은 “사전에 몇 번이고 읽어보면서 내용을 확인한 것"이라며 연설 내용이 정강정책에 배치되지 않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였던 지난해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 정책을 ‘허구’라고 비판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란 말을 꺼낸 빌미를 제공했다.

  공천면접장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경쟁자들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웃으면서 뼈 있는 농담을 던지거나 서로를 애써 외면하는 장면이 기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 “동생이 치고 들어오니 어떡하겠어요(박진)”vs. “형님이 양보까지 해 주면 더 좋은데(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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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오세훈. [중앙포토]

  면접 첫날인 지난달 20일,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면접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주고받은 말이다. 각각 56년생과 61년생으로 사석에선 ‘형’, ‘동생’하는 사이지만 그들 사이는 이미 많이 멀어진듯 했다. 새누리당에선 전직 서울시장(오세훈)과 3선 의원 출신(박진), 16대 의원 출신 당원협의회 위원장(정인봉)이 경선에서 겨루고, 본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과 만나는 종로지역. '정치 1번지'답게 이미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격전지 1번지'로 꼽힌다.

▶“굉장히 저돌적(조윤선)”vs. “얼짱이 경쟁력(이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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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전 최고위원(右)과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左) [뉴시스]

  서울 서초갑에서 맞붙는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천면접에서 답한 상대 후보에 대한 평가다. 지난달 22일 오후 3시쯤 진행된 면접에서 공천위원들이 “다른 후보 중 한 명을 골라 닮고 싶은 점이 뭔지 말해 보라”고 질문했다. 조 전 장관은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굉장히 저돌적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간다”고 했고, 이 전 최고위원은 반대로 “(조 전 장관이)얼짱이라 닮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둘은 자석의 양극처럼 대기실에서부터 서로를 피했다. 사진 기자들이 조 전 장관에게 옆에 좀 앉아달라고 하자 “(이 전 최고위원 옆이 아닌 면접장 앞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 앉는 것 아닌가요(조 전 장관)”, “조 후보가 같이 나오는 샷을 싫어하네요(이 전 최고위원)”라고 할 정도였다.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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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최고위원. [중앙포토]

  지난 4일 친박계 중진인 김태환 의원의 공천 탈락이 발표되면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친박계 좌장인 7선의 서청원(경기 화성갑) 의원은 면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상향식 공천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비해 단수추천이나 우선추천이 있는 것”이라며 “단수·우선 추천 정신을 살려가면서 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에 맞서 사실상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든 이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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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인제 최고위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중앙포토]

  이인제 최고위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은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도 불참한 채 이발을 한 뒤 면접장을 찾았다. 7선에 도전하는 이 최고위원은 "공천위원들은 국민의 입장에서 질문하는 것이지만 배후에는 국민이 있다고 생각해 이쁘게(치장)하고 나왔다. 긴장된다"고 했다.

  선거구획정안과 쟁점법안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달 21일에 면접을 본 원유철 원내대표(평택갑)는 "수시로 면접을 받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 국회의원선거에 입후보를 하는지 다시 한 번 다짐하고, 흐트러졌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해 비전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치열한 경선과 본선과정을 거쳐 20대 국회에 들어오게 될 의원들이 공천 면접에 임하던 자세, 그때의 절실한 다짐과 각오를 떠올리며 의정활동에 임하기를.

박유미·김경희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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