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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올들어 19% 올라 골드바·금펀드 ‘반짝반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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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호 18면

#1. 제조업을 운영하다 지난해 퇴직한 김모(65)씨는 만기된 정기예금을 재예치하기 위해 지난달 초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1%대까지 떨어진 정기예금 금리를 본 순간 목돈을 넣는 게 망설여졌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해 직접 주식을 사는 것도 부담이 됐다. 대신 프라이빗뱅커(PB)의 권유로 1㎏짜리 금괴(골드바) 2개를 약 1억원(부가세 포함)에 구입했다. 그는 “요즘처럼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화폐가치가 떨어질 때 골드바를 갖고 있으니 든든하다”며 “한 달 사이 1000만원 가량 수익도 냈다”고 말했다.


#2. 최근 서울 종로구 묘동의 한국금거래소쓰리엠(이하 한국금거래소) 본사 빌딩은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밀려드는 골드바 납품 주문에 직원들이 철야근무를 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 최대 골드바 제조·판매사로 홈쇼핑·온라인쇼핑몰·은행 등에 유통한다. 이달엔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24곳의 저축은행과 판매 제휴를 맺었다.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상무는 “금 투자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면서 골드바를 판매하려는 금융사가 많아지고 있다”며 “배송 일정을 맞추기 위해 직원을 늘리고 2교대로 근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뜸했던 골드바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으로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면서 투자자의 불안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金)’에 돈이 몰리는 이유다. 또 지난해 금값 하락의 가장 원인이 됐던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도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투자자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골드러시는 이미 시작됐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6.3달러(1.3%) 상승한 1257.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1060.3달러) 이후 18.5% 급등했다. 국내 금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 따르면 순금 가격은 3일 종가기준 g당 4만8630원으로 올들어 19% 올랐다. 특히 지난달 12일엔 하루 동안 56.6kg의 금이 거래 돼 2014년 3월 금 시장 개설 이후 하루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황선구 금시장팀장은 “금값은 2011년 유럽재정위기 때 고점을 찍고 꾸준히 하락했다가 지난해 말부터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며 “최근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오름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축은행·온라인에서도 골드바 판매올해 금테크(금을 활용한 재테크)로 주목받는 게 골드바다. 현물(現物)로 소장할 수 있고 시세 차익은 비과세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 세금에 민감한 자산가가 선호하는 투자처다. 단 실물 구입엔 부가가치세·거래수수료 등 15% 안팎의 추가비용이 든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3일 기준 1㎏짜리 골드바 가격은 약 557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지난해 골드바 판매량은 6119㎏으로 2014년에 비해 약 45%(1890㎏) 증가했다. 송종길 상무는 “기존 귀금속 매장 뿐 아니라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은행 등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고, 다양한 크기의 골드바가 나오면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권에서 골드바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 판매는 시중은행 중 2003년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2014년 이후 우리·KB국민·하나·IBK기업은행 등도 잇달아 판매에 나섰다. 최근엔 NH농협은행이 지난달 2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10g·100g·1㎏의 세 종류 골드바를 내놨다. 농협은행 상품개발부 홍태근 차장은 “한 달 동안 400여 건, 약 14억원어치가 팔릴만큼 고객 반응이 좋다”며 “이달부터는 고객에게 익숙한 돈(3.75g) 단위로 10돈·50돈·100돈 상품을 추가로 선보였다”고 말했다.


골드뱅킹·금펀드 매매차익에 세금 물어골드바 크기도 다양해졌다. 요즘엔 1Kg짜리 대형 골드바보다 100g이하 미니 골드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월에 팔린 미니 골드바는 3298개(한국금거래소 기준)로 1년 전보다 약 2000개가 증가했다. 송 상무는 “미니 골드바가 나오면서 일반 투자자의 구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테크 방법은 다양하다. 현물 매입이 부담스럽다면 금펀드와 금통장(골드뱅킹)을 활용할 수 있다. 골드뱅킹은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금 시세와 달러당 원화가치를 고려해 이에 상당하는 금의 무게를 계산한 뒤 통장에 기재하는 방식이다. 현금으로 찾을 때 원화로 환산한 금값이 오르면 그만큼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최소 0.01g단위부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신한·KB국민·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세 곳에서 골드뱅킹을 판매한다. 최근 금 투자 관심이 커지면서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2월 말 기준 5008억원으로 두 달 새 490억원 증가했다.


금 펀드는 각국 증시에 상장된 금광 업체 등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24개 금펀드(ETF 제외)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약 22%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1.5%)과 비교하면 성과가 뛰어나다.


하지만 골드뱅킹과 금펀드는 세금 부담이 있다. 두 상품 모두 매매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붙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포함된다. 또 골드뱅킹은 일반 예금에 적용하는 5000만원 이하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금 랠리’vs ‘조정 불가피’ 전망 엇갈려세금 부담을 낮추려면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 금시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식시장처럼 금을 1g 단위로 사고 팔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용 방법도 간편하다. 개인 투자자는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금값이 올라서 이익을 내도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도소득세가 없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단 현물로 찾을 땐 1㎏단위로만 인출할 수 있고 10%의 부가가치세가 매겨진다.


금테크의 핵심은 향후 금값이다. 하지만 금값 전망을 두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은 엇갈린다. ‘금 랠리가 이어진다’는 낙관론과 ‘단기간 급등해 조정받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다. 낙관적 시각을 가진 IB는 앞다퉈 금값 전망치를 올렸다.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최대은행인 ABN암로는 금값이 온스당 9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온스당 13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도이체방크도 종전 전망치보다 26% 올린 온스당 1230달러를 올 4분기 목표값으로 제시했다.


반대로 금값이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는 IB 전문가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글로벌 원자재 부문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면 금값도 곧 떨어질 것”이라면 “이제 고객들은 금을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국내 시장 전문가는 금값이 단기간 급등해 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봤다. 삼성선물 홍성기 연구원은 “현재의 상승세는 시장의 수요·공급이 아니라 불안한 투자심리의 영향이 컸다”며 “향후 가격을 더 끌어올릴 요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동부증권 유경하 연구원 역시 “2011년 수준의 금 랠리가 오긴 어렵다”며 “유럽 중앙은행(ECB)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금테크는 장기적 관점에서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 상무는 “금은 한정적인 자원인만큼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경훈 키움증권 연구원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값이 오를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과 인도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세계 최대 황금 소비국이므로 이들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금 수요가 늘 것”이며 “여기에 금 매장량이 향후 20년 내 고갈될 가능성도 있어 금값은 장기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선구 팀장은 “금 투자엔 이자와 배당이 붙지 않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는 단기 수익률에 조급해질 수 있다”며 “금 투자는 전체 금융자산의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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