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포인트도 통상임금일까…엇갈린 하급심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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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에게 현금이 아닌 카드 포인트 등으로 제공하는 '복지 포인트'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을까. 최근 복지 포인트의 통상임금 여부를 놓고 하급심 간 엇갈린 해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신광렬)는 최근 국민건강 보험공단 근로자 권모씨 등 3명이 공단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복지 포인트는 소정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권씨 등은 “상여금ㆍ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더한 ‘시간 외 근로수당’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시간 외 근로수당은 통상임금에 연동된다. 이들은 “복지포인트 등은 모두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된 만큼 통상 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은 “복지 포인트는 근로의 대가가 아니고, 해마다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는 소멸되고 이에 대한 금전 청구를 할 수 없는 만큼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공단 측 논리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복지 포인트는 자기계발ㆍ건강검진ㆍ가족친화 등 정해진 용도에 사용한 후 사후적으로 공단이 결제를 하는 방식이어서 금전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정해진 기간 내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 기간에 쓰지 못한 포인트를 다음 연도로 이월해서 쓸 수도 없는 점을 보더라도 통상임금이 아니다”면서“관념적 수치에 불과한 포인트 배정만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취득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 사건은 근로자와 공단 양측이 상고하면서 최종 대법원 판단을 남겨놓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 마용주)는 지난 2월 서울메트로 근로자와 퇴직자 4966명이 회사를 상대로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복지포인트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임금이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일체의 금품이기 때문에 통화 형태가 아니라고 해서 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용도와 사용기간의 제한은 포인트의 활용 문제일 뿐 포인트가 부여되면 처분 권한은 최종적으로 근로자가 갖는다”고도 했다.

지난해 10월 대구고법은 복지 포인트의 통상 임금성을 부인하는 등 하급심 판결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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