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던진 ‘야권통합론’에 국민의당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3일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공동대표 따로, 천정배 공동대표 따로, 김한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따로 목소리를 냈다.
야권통합론에 흔들리는 국민의당
안 대표는 ‘정치공작’ ‘갑질 정치’ 등 안 쓰던 표현을 써가며 김 대표의 제안을 맹비판했다.
안 대표는 3일 부산에서 연 국민콘서트 공개 발언에서 “김 대표가 야권 통합을 제안했는데 필리버스터 국면전환용으로 모든 분이 알고 있듯 저도 진정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며 “제3당으로 우뚝 서는 것을 방해하는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철수만 빼고 다 오면 받겠다는 막말, 갑질 정치”라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또 “김 대표는 당의 주인이 아니고 임시 사장”이라며 “총선이 지나면 패권주의적 만년 야당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떠날 사람과는 과감하게 결별하고 새 정치를 위한 결기를 다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의원들도 선택해야 하고, 딴지를 거는 이들이 나가면 오히려 지지도가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발언이 사전에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대표 간에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김 위원장도 “사전 상의가 없었다. (안 대표에게)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창당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당이 내분에 휩싸인 건 총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는 게 이번 선거 목표”라며 “우리 내부에 20석 얻는 게 목표라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새누리당 과반수 저지가 우선순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천 대표 측 관계자는 안 대표의 발언에 대해 “양당 모두 공멸할 게 뻔하고 시간도 별로 없는데 다 죽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안 대표가 나갈 사람은 나가라고 한 것 아니냐”며 “제3당 실험은 실패했다”는 말까지 했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지 하루밖에 안 된 박지원 의원도 3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반드시 단일화라도 해서 총선에 임하고, 총선 후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 측은 국민의당의 내분을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는 본질적으로 내년 대선에 후보가 꼭 되겠다는 생각을 해서 나간 분이고 지금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래 당이 하나였다가 둘이 된 것 아니냐. 다시 하나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연대라는 말은 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선거 연대보다는 당 대 당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통합에 부정적인 데 대해 “그런 식으로 정치인이 외골수적으로 생각해봐야 본인에게 도움 될 게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천 대표와 김한길 위원장에 대해선 “정치를 오래 해 봐 판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아시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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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더민주 전략공천위원장은 “수도권 122석 중 80여 곳에서 국민의당이 후보를 냈는데 통합이나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야권이 절반을 얻을까 말까 할 것”이라며 “후보등록일이 24~25일이니 그 전까지는 통합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양당 간 공천 후보 조정은 여론조사를 통해 가능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언급했다.
김 대표 측에선 야권 통합 전망에 대해 국민의당에서 안 대표 측을 제외한 대다수가 더민주로 옮겨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탈당 후 1년 이내 복당을 금지한 당규를 손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천 대표에 대해 “총선 대패를 막기 위해 더민주와 통합한 뒤 서울 송파을에 출마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부산=이지상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