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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서울대 보다 어렵다는 일본 명문대 합격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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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문고 출신 도쿄대·조치대·교토조형예술대 합격자 인터뷰

일본 명문대에 합격한 광문고 학생들. 도쿄대에 합격한 정범준(왼쪽), 교토조형예술대에 합격한 윤태용(가운데), 조치대에 합격한 이태희.

일반고인 서울 광문고에서 올해 일본 유학생 3명을 배출해 화제다. 각각 일본 최고 국립 대학인 도쿄대와 도쿄의 명문 사립 조치대(상지대), 교토의 명문 미대인 교토조형예술대로 유학 방법도 다양하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경우든 중상위권 실력이든 비슷한 수준의 한국 대학 진학보다 오히려 더 수월한 면도 있었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이것저것 다 요구하는 국내와 달리 일본 대입 전형이 학과의 본질에 충실하다는 느낌이었다. 유학 틈새시장 일본 대학 입학의 길을 알아본다.

도쿄대 이공계 국비장학생의 길

도쿄대 기계정보공학과에 합격한 정범준 학생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잘했지만 서울대를 갈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어요. 유학을 알아보던 중에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 이공계 대학에 가는 길을 발견했어요.”

정범준 도쿄대 기계정보공학과 입학 예정자는 예비교육과정으로 경희대에서 1년간 일본어를 공부한 뒤 2017년에 입학한다. 도쿄대 기계정보공학과는 2학년까지 기계공학을 주로 공부하고 3학년부터 정보학을 추가로 공부하는 융합 과정이다. 일본 이공계 대학에, 그것도 도쿄대 합격을 안겨 준 길은 ‘한일공동이공계학부유학’ 프로그램이었다. 일명 ‘일공’ 시험인데 7월 중순 한국에서 한국어로 본다. 전형에 70% 반영되며 나머지 30%는 내신. 두 성적으로 전국에서 120명을 뽑은 뒤 한일 공동 면접으로 100명까지 추린다. 5등까지가 도쿄대 합격권으로 보는데, 범준 군은 3등을 차지했다.

도쿄대의 상징인 야스다강당. 일명 시계탑 건물로 불린다. [사진=Gussisaurio, 위키피디아]

도쿄대의 상징인 야스다강당. 일명 시계탑 건물로 불린다. [사진=Gussisaurio, 위키피디아]


수학·물리·화학·영어 4과목의 시험은 한국어로 진행돼 일본어에 대한 부담은 덜하다. 다만 한국 고교의 내신 공부와 병행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다. 일공 시험은 일본 교과 과정을 기준으로 해 한국과 개념도, 문제도 다르다는 것이다. 범준 군은 고교 2학년부터 학교가 끝나면 이른바 '일공학원'을 다니며 준비했다. 처음엔 참고서 번역본과 본고사 문제 번역한 것 등을 혼자 풀었지만 아무래도 학원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한일공동이공계학부유학생의 수학 내용. 해당 전공 학습 전 일본에 대한 예비교육과정을 통해 일본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사진=국립국제교육원 홈페이지]

한일공동이공계학부유학생의 수학 내용. 해당 전공 학습 전 일본에 대한 예비교육과정을 통해 일본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사진=국립국제교육원 홈페이지]


일공 프로그램은 5년 과정 전체를 일본 문부과학성과 한국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에서 학비 전액을 주고 생활비(월 12만엔)까지 지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한일 문화 교류를 시작하며 생겨 올해로 17번째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기 전에는 경쟁률이 무척 셌지만 지금은 3~4대 1 정도로 다소 줄었다.

통상 도쿄대를 사비유학으로 가려면 EJU(일본유학시험)와 JLPT(일본어능력시험), 토플, 본고사 심지어 한국 수능까지 봐야 해 무척 까다롭다.

“특목고에 비해 일반고를 다닌 게 장단점이 있었어요. 과학고 같은 경우 학교의 교과과정 자체가 유학을 준비하기엔 유리하지만 내신을 충족시키기는 매우 어렵거든요."


비행기 좋아한 소년 조치대 기능창조이공학과로

조치대 기능창조이공학과에 합격한 이태희 학생

“카이스트에 갈 실력은 안 되고 국내 어중간한 대학은 가기 싫었어요. 그럴 바에야 일본이 우리보다 더 과학 선진국이니까 일본으로 가자고 생각했죠.”

이태희 군은 스스로 자신이 최상위권 이과생이 아니라고 밝혔다. 비행기를 좋아해 배우고 싶다는 열정으로 목표를 정한 뒤에는 수학도, 영어도 필요한 성적까지는 끌어 올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수학 과목 전체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신기하게 가장 어렵다는 미적분만큼은 자신 있었다. 또 영어를 싫어했지만 토플이 필요해 3개월 정도 집중했더니 일취월장했다는 것이다.

조치대의 캠퍼스 풍경. 조치대는 1911년 가톨릭 수도회 예수회에 의해 설립되었다. 같은 예수회 설립 학교인 한국의 서강대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사진=조치대 페이스북]

조치대의 캠퍼스 풍경. 조치대는 1911년 가톨릭 수도회 예수회에 의해 설립되었다. 같은 예수회 설립 학교인 한국의 서강대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사진=조치대 페이스북]


조치대는 와세다대나 게이오대 같은 명문 사립대 가운데 하나로 한국의 서강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기능창조이공학과는 2학년때까지 공통 과목을 배우다 3학년 때부터 물리, 전기전자, 기계공학으로 전공이 나뉘는데 태희 군은 기계공학을 택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비행기를 타보고 좋아하게 됐어요. 처음엔 조종사가 되고 싶어 항공학과를 가려다가 비행기 자체를 설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계공학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를 위해 EJU 수학 코스 Ⅱ와 물리, 화학 등 시험을 봐 70%대 이상의 성적을 받았고 일본어는 5% 안에 들었다. EJU는 일본어(400점 만점)와 이과(물리, 화학, 생물 중 택2 / 200점 만점), 수학(200점 만점), 종합과목(200전 만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미술학원 1년 다니고 일본 유학에 성공한 일본 ‘덕후’

“국내 미대는 대학을 가더라도 2년 내내 그림만 그리는데 일본은 1학년 때부터 조형 예술 같은 자기 전공을 시작하니까 하고 싶은 미술을 바로 할 수 있어요. 저 같은 사람한테 적합하죠.”

교토조형예술대 종합조형과(한국의 공예과와 비슷)에 입학한 윤태용 군은 고교 3학년 때부터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미대를 간다는 건 상상조차 힘들었다. 국내 미대 입학시험인 데생 같은 실기 시험을 통과하기도 어렵거니와 요구하는 내신 성적도 맞추기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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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조형예술대는 일본 내에서 미술·디자인·공예 분야의 명문 대학으로 유명하다.

교토조형예술대는 일본 내에서 미술·디자인·공예 분야의 명문 대학으로 유명하다. [사진=교토조형예술대 홈페이지]


교토조형예술대는 국립 교토대 인근에서 교류를 많이 하는 사립 미대로 학생의 포트폴리오를 중시한다. 입시를 위해 철사 공예와 꽃병, 천가방 등 태용 군이 만든 조형물 20점을 들고 일본에서 면접을 본 게 전부였다. 물론 면접은 일본어로 봤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갈고 닦은 태용 군의 일본어 실력을 한껏 발휘했다.

태용 군은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해 중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일본 유학을 꿈 꾼 케이스다. 미술로 가겠다고 결심한 건 고3 때였으니 그의 타고난 만들기 실력과 일본 문화 '덕후'질이 일본 유학에 이르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어도 JLPT 2등급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고 EJU 일본어도 50%만 넘으면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학비는 한국의 1.5배

일본의 대학에선 교수와 밀착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환경 덕분에 지난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도쿄대 가지타 교수 등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사진=도쿄대 홍보 영상 캡처]

일본의 대학에선 교수와 밀착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환경 덕분에 지난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도쿄대 가지타 교수 등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사진=도쿄대 홍보 영상 캡처]


조치대는 연간 학비가 140만엔(약 1500만원)이고 교토조형예술대는 150만엔(약 1600만원)으로 미국보다는 저렴하지만 한국보다는 당연 비싸다. 태희 군은 한 교회 재단에서 주는 장학금과 일본에서의 여러 학비 감면 제도를 활용해 최대한 줄일 생각이다. 태희 군은 “대학에 가면 부모님한테 기대고 싶지 않다”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기숙사 방값 등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용 군도 “교토가 지진에 안전해서인지 모든 물가가 비싼 편”이라며 “그래도 미국만큼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니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유학의 가장 큰 메리트는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이다. 수많은 노벨상에 빛나는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에 일본 정부 지원이 엄청나고 학교 시설이나 환경도 뛰어나다. 한국의 과학 인재들이 미국으로 가거나 의대로 빠지는 현상과 대조된다.

범준 군은 “4학년 때는 마치 대학원처럼 담당 교수와 연구만 한다”면서 “학생 대 교수 비율이 낮아 교수와 친밀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형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태용 군은 “일본은 공방 자체가 조선소 하나 규모”라면서 “가마가 학교 안에 탑재돼 있다”고 소개했다. 도자기를 배우러 일본에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높은 것도 부러운 점이다. 일본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발표한 일본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96.7%에 이른다. 일본은 대학 진학률(50% 안팎)이 높지 않아 대학을 가면 취직은 어렵지 않다. 그래도 광문고 졸업생들은 취업보다는 연구를 선호했다. 범준 군은 미국 MIT로 가거나 도쿄대 교수 등을 희망했고 태용 군은 도쿄예술대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태희 군은 국내 카이스트로의 진학을 그리고 있다. 어떤 자리든 한일 교류에 한몫을 다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자매결연 일본 고교와 20년째 교류한 광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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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문고 학생들이 일본 유학에 성공한 데는 이 학교에 해마다 일본 니가와(新川) 고등학생 수학여행단 100여 명이 찾아와 공동 문화행사 등을 가진 것도 도움이 됐다. 태용 군은 친구 집에 홈스테이를 하는 일본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일본에 대한 꿈을 키웠고 태희 군에게 일본 유학 정보를 전해 줬다. 태희 군도 한일 양국의 다른 문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일본어 연습을 실컷 할 수 있었다.

“일본 친구들은 대학을 꼭 가야 한다 고정관념이 없어 자유로워 보였어요. 일본 학교에서는 부 활동 등 체험을 많이 하는데, 한국 학생들의 스펙 쌓기용 형식적인 동아리 활동과는 차원이 다른 듯했죠.”

최충식 진학부장 교사는 “일반고인 광문고에 유학 준비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은 없지만 ‘진로와 직업’ 과목을 1주일 3시간씩 배치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학생들의 진학 지도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선배들 가운데 도쿄대·큐슈대·쓰쿠바대 등으로 진학한 사례가 있어 일본 유학 관련 공문이 오면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밝혔다.

범준 군은 “최 선생님이 저 하나 때문에 국립국제교육원 설명회에 다녀오셔서 일공 프로그램 유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 등 알찬 정보를 전해 주셨다”며 감사해했다.

악화된 한일 관계 외 일본 유학의 또 하나 걱정거리는 지진과 방사능 문제다. 요코하마에 있는 범준 군의 한 선배가 “오늘도 모닝콜로 지진 예보를 받았다”면서 “한 달에 한두 번은 지진이 난다는 걸 각오하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범준 군을 비롯한 광문고 학생들은 일본에서 한 번쯤은 겪을 일이니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어떨까 살짝 ‘궁금해’했다. 부모님은 “마트에 갈 때 수산물 등의 원산지를 꼭 체크하라”고 신신당부했단다.

학생들은 “일본 유학이라고 하면 막연히 비싸고 어려울 거라 여기지만, 열정만 있다면 길은 있고 기회는 열려 있다”면서 “꼭 한국 대학만 고집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유학의 과정도 도전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요즘 중국 학생들의 일본 유학 시도가 늘고 있으니 앞으로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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