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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2월부터 주택대출 조이자…거래량 29개월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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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거래가 급증하고 분양이 쏟아지며 달아올랐던 주택시장 온도가 뚝 떨어졌다.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주택거래량부터 올 들어 곤두박질하고 있다. 1월까지만 해도 예년 수준을 상회했으나 지난달부터 ‘거래 가뭄’이 심하다.

전국 거래량 10만 가구 줄면
25조원 돈 안 돌아 경제 타격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팔린 아파트가 4953가구로 잠정 집계됐다. 1월(5549가구)보다 10% 줄었다. 지난해 2월(8682가구)에 비해선 43%나 급감했고 2006~2015년 2월 평균 거래량(5607가구)에도 못 미친다. 월간 거래량이 5000가구를 밑돌기는 2013년 9월(4774가구) 이후 29개월 만이다.

용산 JS공인 윤석영 사장은 “대개 2월엔 봄 성수기를 앞두고 거래가 늘며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는데 올해는 영 딴판”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줄며 가격 상승세도 꺾였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이 1월과 변동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14년 8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 월간 변동률이 ‘0’을 기록하기는 처음이다. 전국 집값도 30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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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강남권이 이번엔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2월 강남권 거래량(708가구)은 지난해 2월(1450가구)의 반 토막이다. 일부 아파트는 올 들어 5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새 아파트 분양시장도 비슷하다. 부동산114가 지난달 전국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4.84대 1로 지난 1월(9.62대 1)보다 크게 낮다. 주춤하던 미분양 증가세가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주택시장의 시계가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서던 2013년 8월께로 돌아간 듯하다”고 말했다.

 2월에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주택 수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돈이 몰린 유동성 효과로 주택시장이 달아올랐는데 대출규제는 자금줄을 죄는 것이어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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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긴 했어도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매수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지난해 분양 급증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집값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는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매매 거래량이 전국적으로 10만 가구 줄면 매매 금액으로만 25조원의 돈이 돌지 않게 된다. 미분양 증가는 주택건설업체를 위태롭게 한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춘성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보고서에서 “집값이 하락할 경우 국내 총수요의 감소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착륙’을 우려하며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진흥실장은 “시장이 급랭하지 않도록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권대중(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래 주택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공급과잉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주택건설업체는 분양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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