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재정·금리 한꺼번에 쏟아부어 내수 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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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과 밖 어디를 둘러봐도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일수록 위기를 돌파할 리더십이 절실하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국회, 서비스발전법 통과시키고
한은은 금리 인하로 부양 지원
기업, 패션·식품 등 중국 내수 공략
정부, 부동산 연착륙 대책 마련을

그런데 하필 이때 한국은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야가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상황이다. ‘필리버스터’에 이은 국회 마비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과 가계의 심리는 더 얼어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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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주력 산업의 부진과 내수 침체로 성장 잠재력이 약화하면서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며 “정치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이념과 상관 없는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법안은 국회가 시급히 통과시켜 줘야 비관적 심리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수출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총력 지원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나빠지고 앞다퉈 통화를 절하시키는 가운데 수출 부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대외 부문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쉽지 않다면 내수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궁지에 몰려 있다면 대책도 찔끔찔끔 내놓을 게 아니라 가능한 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부어야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며 “고용과 경기에 도움 되는 곳에 재정 지출을 늘리고 개별소비세뿐만 아니라 다른 세금도 낮추는 등 그동안 부작용이 우려돼 선택하지 못했던 정책까지 물량 공세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내린 뒤 지난달까지 8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한 상태지만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향후 상황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건국대 오정근(금융IT학) 특임교수는 “한은은 비상한 시국에 통상적인 얘기만 하고 있는데 이미 실기를 많이 했다”며 “금리를 빨리 한두 번 정도 더 내려 기업과 가계의 불안 심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욱 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재정은 건전해야 하고 금리는 절대로 더 이상 인하해선 안 된다는 건 도그마”라며 “민간투자가 부진한 상태에서 해법은 재정적자를 더 늘리는 것이며 균형재정을 성역으로 삼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급한 대로 중국 내수시장과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적극 공략하는 게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란 지적도 나온다. ‘수출 중심→내수 중심’으로 옮겨가는 중국 경제성장 구도에 따라 화장품·식료품·생활용품·유아용품·패션의류 등 5대 소비재 산업을 적극 지원하자는 얘기다. 특히 유커가 한국 와서 반할 수 있는 스토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숭실대 온기운(경제학) 교수는 “수출과 내수를 연계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묘안이 한류”라며 “유커가 자국으로 돌아가도 한국 화장품을 애용하도록 만들면 자연스럽게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구조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수출 감소 등은 구조적 요인이기 때문에 구조 개혁과 부채 관리 같은 장기 전략에 신경 써야 한다는 논리다.

성균관대 김경수(경제학) 교수는 “고통스럽지만 정부가 구조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고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도 5년, 1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조금씩 줄여나가야 한다”며 “특히 가계부채가 많은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내수가 얼어붙는 쇼크가 올 수 있는 만큼 부동산시장 연착륙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병철·이태경·김경진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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