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만명 '연금 왕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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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던 윤모(40)씨는 지난 1일 모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공무원 근무기간이 12년밖에 안돼 노후에 연금을 탈 수 없어 그간 낸 돈 4천8백만원을 일시금으로 받았다.

대신 국민연금에 새로 가입했다. 새 직장에서 최소한 10년을 근무해야 월 30만원 가량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10년이 안되면 국민연금에서도 연금을 못받고 불입한 돈을 일시금으로 받게 된다. 자칫하다간 어느 한 쪽에서도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이같은 연금제도의 결함 때문에 매년 5만여명이 尹씨처럼 '연금 사각지대'에 빠지고 있다. 공무원과 기업, 사립학교 교직원과 기업 간 인력 이동이 부쩍 늘어나는데도 연금 제도는 그대로다.

이런 문제점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의 빌미가 됐다. 철도청이 공사화하면 그간 공무원연금에 들었던 노조원들은 국민연금으로 갈아타게 되고 이 경우 적지 않은 손실을 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수직업연금(공무원.군인.사립학교 교직원)과 국민연금의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3개 특수연금은 제도가 같기 때문에 왔다갔다 해도 연금이 그대로 이어져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특수연금과 국민연금은 제도가 달라 공무원에서 기업으로 옮기면 국민연금에 새로 들어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개 특수연금은 가입기간이 20년이 안되면 노후에 연금을 못받는다. 퇴직 때 일시불로 받는다. 국민연금은 10년 가입해야 연금을 받는다. 10년이 안되면 역시 일시금으로 받는다.

따라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20년을 못채우고 40대 중반 이후에 퇴직하면 어느 한 쪽에서도 연금을 못받는 사태가 벌어진다. 퇴직 후 10년을 겨우 채우더라도 尹씨의 예에서 보듯 연금액이 얼마 안돼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안된다.

공무원연금공단.국방부.사학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20년을 못 채우고 퇴직한 사람은 ▶공무원 1만5천5백35명▶군인 1만4천3백여명▶사립학교 교직원 1만1천6백75명 등 모두 4만1천5백여명에 달했다. 반대로 민간기업 등에 근무하다 공무원 등으로 직장을 옮긴 사람도 1만여명에 달해 5만여명이 연금 혜택을 거의 못보게 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이 문제 해결방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쪽에서만 연구했을 뿐이다. 철도노조가 문제 제기를 하면서 총리실 산하에 작업반을 만들기로 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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