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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야, 오늘 당장 선거구 획정안 처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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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8일 4·13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총선까지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급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획정안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1주일째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어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획정안은 법정 제출 시한인 지난해 10월 13일(총선일 6개월 전)에서 138일이나 지연된 끝에 국회로 넘어왔다. 전국의 모든 선거구가 실종된 기간도 2개월에 달한다. 이로 인해 총선의 정당성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 예비후보들은 출마할 지역구가 어딘지도 모른 채 깜깜이 유세를 해야 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 조직을 다지고 의정보고서를 무더기로 살포하며 자신을 알릴 시간을 벌었다. 그러다 보니 여야 의원들이 하루라도 선거구 획정을 미루려고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킨다는 의혹마저 나왔다. 여야가 처리 시한을 미룬 게 올 들어서만 네 번째다. 하지만 이제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또다시 여야가 처리를 미룬다면 총선연기론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어렵사리 총선을 치르더라도 무효 소송이 봇물을 이룰 우려가 크다.

 획정안이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총선을 제때 치르지 못하는 헌정 파탄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 획정안 처리가 2월을 넘기면 재외국민 명부작성 같은 핵심업무가 마감시한을 넘기게 돼 총선이 연기될 우려가 커진다.

 획정안 처리엔 여야의 대승적 타협이 절실하다. 우선 야당은 즉각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본회의를 정상화해야 한다. 물론 테러방지법 상정을 막기 위해 꺼낸 카드를 무작정 접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때마침 국정원의 정보수집권 전횡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 열람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 참고자료를 냈다. 야당도 긍정적 반응을 보인 만큼 여당은 이를 바탕으로 절충안을 제시해 야당의 퇴로를 열어 주고, 야당은 절충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해 타협을 이뤄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