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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천으로 만든 베개는 21세기 조각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8호 20면

Pillows(2016), Clothes, Cotton on canvas, 40x36x8cm

White dream(2015), Plaster bandage, 150x150cm

부인·며느리·엄마라는 이름에 ‘작가’라는 말을 부끄럽지 않게 더하고 싶었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이혜민(48)이 뒤늦게 아들과 뉴욕으로 유학을 떠나며 예술가의 치열한 삶을 살기 시작한 이유다. 시댁 지하에 쌓여있던 옛날 이불과 옷감이 문득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고 했다. 버려진 그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싶었다. 못쓰게 된 천을 잘라내 색색 베개를 만들고, 오래된 액자는 해체해서 설치물로 만들었다. 병원에서 깁스용으로 쓰이는 일회용 석고 붕대는 일일이 접어 레이스처럼 꾸몄다. 낡은 일상 용품들은 그렇게 작품으로 새 생명을 얻었고 맨해튼 화랑가를 통해 먼저 세상에 알려졌다. 작가는 말한다. “소프트하다고 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


글 정형모 기자, ?사진 갤러리 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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