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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판티노 UEFA 사무총장, 제9대 FIFA회장 당선

중앙일보

입력

 
잔니 인판티노(46·스위스)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이 세계 축구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인판티노 사무총장은 27일 스위스 취리히 FIFA본부에서 끝난 FIFA 신임 회장 선거에서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총 유효표 207표 중 과반에 해당하는 115표를 얻어 88표에 그친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51·바레인)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27표 차로 제쳤다.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뇌물 스캔들로 인해 불명예 퇴진한 제프 블라터(80·스위스) 전 회장의 뒤를 이어 4년 임기로 FIFA를 이끈다.

접전이었다. FIFA 가맹 209개국 중 징계를 받아 투표권이 없는 쿠웨이트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 207개국이 선거에 참여했다. 1차 투표는 당선자(유효표 중 2/3 이상 득표)를 내지 못했다. 인판티노 후보가 88표를 얻었고, 셰이크 살만 후보가 3표 뒤진 85표를 받았다. 알리 빈 알 후세인(41) 요르단 왕자는 27표, 제롬 상파뉴(58) 전 FIFA 국제국장은 7표에 그쳤다. 남아공의 정치인 토쿄 세콸레(63) 후보는 1차 투표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알리 후보와 상파뉴 후보의 지지자들이 2차 투표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인판티노 후보가 1차에 비해 27표를 더 가져간 반면, 셰이크 살만 후보는 3표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인판티노 후보의 당선과 함께 유럽계 인사가 FIFA 회장을 맡는 전통이 계속 이어지게 됐다. FIFA는 창립 이후 100년이 넘는 역사를 통틀어 단 한 번도 비유럽계 인사에게 회장직을 내주지 않았다. 브라질 국적인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은 벨기에계 브라질 이민자 2세다. 셰이크 살만 후보는 텃밭인 아시아 뿐만 아니라 FIFA 가맹 대륙 중 가장 많은 표(54표)를 가진 아프리카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셰이크 살만 후보가 블라터 전 회장 계열 인사로 분류돼 '개혁'이라는 FIFA의 핵심 키워드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심은 게 선거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인판티노 후보의 당선으로 국제축구 권력은 블라터 전 회장에서 플라티니 계열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이탈리아계 스위스인으로, 지난 2009년부터 UEFA 사무총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공약으로 ▲회장 연임 횟수 최대 2회로 제한 ▲FIFA 회원국 수익 분배율 18%에서 50%로 증액 ▲월드컵 본선 출전국 32개국에서 40개국으로 확대 등을 내놓은 바 있다.

FIFA는 회장 선거에 앞서 조직의 투명성 강화 및 의사 결정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선거에 앞서 회장의 임기를 최대 12년으로 제한하고, 집행위원회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표결을 거쳐 통과시켰다. 총회에 참여한 207개국 중 201개국이 투표했고, 그 중 89%에 달하는 179개국이 찬성해 가결 정족수(투표국 중 75%)를 넘겼다. 반대한 나라는 22개국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FIFA 회장은 4년 간의 임기를 최대 2번까지만 추가할 수 있다. 회장 임기에 연임 제한 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해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이 지난 1998년부터 18년간 5선을 하며 FIFA를 사조직화한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개혁안은 주요 간부들의 임기도 최대 12년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연봉을 공개키로 했다.

최고 의결 기구 역할을 하던 집행위원회는 해체했다. 집행위는 회장과 수석부회장, 부회장 7명, 집행위원 16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돼 FIFA의 핵심 사업과 주요 의제를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부정 축재를 일삼아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FIFA는 집행위를 없애는 대신 FIFA 총회 투표를 통해 선출한 36명으로 실무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축구계의 여성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실무위에는 6명의 여성위원을 의무 할당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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