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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북제재·사드 물밑 빅딜설…정부 "별개의 사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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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을 설득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초안을 만들어낸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를 놓고 미묘하게 후퇴하고 있다.

美, 사드 배치 미묘한 언급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은 그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경고하며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공개 주장해왔던 대표적인 북한 위협론자다. 지난해 5월엔 “북한 때문에 밤잠을 못 잘 정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리스 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국방부 기자회견 중 “사드를 협의키로 결정한 게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의 사드 불가피론에서 물러서는 대답을 내놨다. 이는 우리 정부의 과거 발표와도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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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직후 사드 배치를 위한 협상 개시를 공식 발표하며 “사드를 배치한다는 방침 아래 협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리스 사령관의 언급은 시점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을 찾은 뒤 중국이 미국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내용에 최종 합의한 다음 날 나왔다. 이 때문에 중국이 대북제재 결의안에 협력하는 대신 미국이 사드 배치 협의를 보류하는 절충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일종의 빅딜설이다. 중국과의 외교적 대치를 무릅쓰면서 사드 배치 협의를 공언했던 한국 정부로선 자칫하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안보리 결의와 사드 배치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 23일 “북한이 비핵화하면 사드는 필요 없다”고 한 데 대해서도 “‘사드 불필요’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당국자는 사드 배치를 포기한 게 아니라 배치 협의의 시점을 미세 조정하는 속도 조절 수준으로 설명했다. 방한 중인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6일 “사드는 외교적 협상카드 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장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의 외교적 트랙 논의와 사드 배치 문제는 연관이 없다”고 했다. 정부 외교라인 관계자는 “사드 배치를 없던 일로 하자는 건 아니지만 제재에 동참키로 한 중국을 배려해 미국이 협의 속도를 늦추는 등 타협의 소지도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속내가 여전히 사드 배치에 있다고 해도 향후 미·중의 이해에 따라 사드 협의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중국이 사드 배치 중단을 거세게 요구하며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 조치의 이행과 연계할 수 있는 데다 미·중 간엔 남중국해라는 첨예한 대치 현안이 있기 때문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사드를 동북아뿐 아니라 남중국해까지 염두에 둔 큰 그림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향후 남중국해 미사일과 한반도 사드가 미·중 간의 물밑 패키지 현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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