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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20년래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안, 이행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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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5일 공개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안 초안은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설명대로 유엔이 지난 20년간 내놓은 제재 결의안 중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내용으로 평가할 만하다. 북한이 핵과 장거리 로켓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데조차 심각한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란 제재보다 강력해 효과 기대
내용보다 이행, 중국 협조가 필수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도 고민해야

무엇보다도 특정분야별 제재(sectoral ban) 조항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산업 분야 하나를 통째로 차단하는 특정분야별 제재는 이란을 제재할 때 효과를 봤던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은 보다 강력하다. 이란의 경우 원유와 천연가스가 대상이었지만 북한은 보다 큰 범주인 광물자원으로 규정해 적용 품목이 훨씬 광범위하다. 또한 이란의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 28개국이 참여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을 제외한 192개 유엔 회원국 전체에 금수(禁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서 더욱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수출액의 40% 이상인 13억여 달러를 지난해 광물 수출로 벌어들인 북한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금지 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고, 북한을 오가는 모든 선박을 의무적 검색 대상으로 삼는 원천차단(catch all) 조항 역시 북한의 군수조달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여기에 보다 폭넓은 무역·금융 봉쇄는 북한으로 유입된 달러가 WMD 개발에 전용되는 걸 막는 것은 물론 김정은의 통치자금줄을 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행이다. 고작 2500만 달러가 묶였던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당시에도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피가 마른다”고 엄살을 부리다 결국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훨씬 강력한 이번 결의안의 경우 시행만 제대로 되면 북한에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됐던 다섯 차례의 대북제재안의 전철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다섯 번 모두 제대로 이행되지도 않다가 얼마가 지나면 흐지부지 없던 일로 돼 버리고 말았던 것이 안보리 대북제재안이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북한 수출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협조가 중요하다. 이번 결의안은 계속되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북한을 감싸기만 했던 중국이 합의를 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느끼는 압박은 더욱 클 것이다. 중국은 모처럼 북·중 관계의 손상을 각오하면서 강력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만큼 예측 불가능한 북한이 핵무장을 할 경우 중국 역시 안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끝까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과 미국도 중국이 제기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병행론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핵 포기 없이는 대화 없다는 기존의 입장 때문에 문제 해결에 한 발짝도 못 나갔음을 인식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냉전구조 청산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