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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중소기업 CEO가 육아휴직 권하기 힘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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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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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
브랜드쿡 대표

나는 작은 광고홍보회사를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광고 업종의 특징상 ‘사람’이 경쟁력인 만큼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일단 남녀 구분없이 좋은 자질과 경험을 우선으로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3년 넘는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나조차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고충을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고민하는 경영자로서의 딜레마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3년 전, 경력직으로 입사한 직원 한 명은 입사 뒤 6개월이 지나 출산을 했다. 그리고 3개월 휴가 뒤 복직을 했다. 이어서 5개월 근무 후에 1년의 육아 휴직을 가졌다. 또 휴직기간 중 둘째 아이를 출산했고 지금은 둘째 아이에 대한 육아휴직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 실질적인 근무 일수는 10개월을 조금 넘겼지만 두 번 째 육아휴직을 마치는 시점의 근속연수는 40개월이 된다. 회사는 그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마련해 둬야 한다. 장기간의 휴직으로 새로운 인력을 충원했음은 물론이고, 휴직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는 그동안 유예신청한 건강보험료 등을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는데 역시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휴직 후 복직을 하면 정부가 기업에 일정한 지원금을 준다고 하지만 이는 복직 뒤 일정기간 근무를 전제로 한다. 휴직 후 복귀하지 않으면 회사는 퇴직금 정산으로 근로계약을 종료해야 한다.

 정부가 시행하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지원책은 여성 사회활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었고, 직원들이 혜택을 받기 원할 때 주저 없이 동의했다. 하지만 직원 10여 명이 근무하는 우리 같은 소기업의 경우 휴직기간의 ‘퇴직금’은 회사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한 달 한 달 월급 맞추는 일도 빠듯하고, 일이 조금이라도 줄거나 비수기가 되면 당장 지급해야 할 급여를 걱정하는 처지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육아휴직 지원강화’ 방침 역시 육아기의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을 인상하고,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지원 요건을 완화하는 등 애로사항을 일면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운영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권장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대책들이다.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이런저런 조건과 단서를 달다 보니 신청하는 일부터 번거롭다. 그러니 복잡한 지원금을 신청하는 대신 가능하면 육아휴직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여성 고용 자체를 꺼리게 되는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보다 세심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퇴직 충당금에 대한 ‘법인세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통해 포괄적이고 전폭적인 제도를 내놓아야 한다. 이런 지원책이 나와야 여성 근로자의 출산과 육아를 전폭적으로 권장하고, 능력있는 여성 직원들이 경력 단절 없이 일할 수 있는 회사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강미숙 브랜드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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