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원로들의 경륜을 끌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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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제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안보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국론 분열도 심각하다. 이런 때일수록 신뢰받는 원로들의 경륜 높은 방향 제시와 쓴소리가 소중하다. 언론은 말을 아끼려는 원로들의 경륜 높은 말을 끌어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지난주에는 경쟁지의 김수환 추기경 인터뷰가 그런 역할을 했고, 이번주에는 1일자 문화일보와 2일자 동아일보의 강원용 목사, 4일자 동아일보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인터뷰가 눈에 띄었다.

원로는 아니더라도 뉴스의 중심 인물이나 현안 이슈에 대한 책임자와 전문가 인터뷰.대담도 보다 활발했으면 좋겠다. 국민이 생각을 정리하고 가닥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3일자 5면 송두환 특검 인터뷰는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되는 인터뷰였다. 그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었으면 더 좋았겠다.

1일자 중앙일보 2면에는 중앙일보 '지금은 노조시대' 특별취재팀이 지난달 26일 한국기자협회에서 받은 '이달의 기자상(기획보도 부문)'을 반납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자협회가 노동단체 등의 비판에 밀려 시상식 다음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특집기사가 편향.왜곡보도였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과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기자협회 스스로가 구성한 심사위원회의 신중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 상을 줘 놓고 외부의 비판이 좀 있다고 바로 다음날 딴소리를 하는 것은 정신분열적 행동이다.

그런데 1일자 중앙 기사는 기자협회의 말이 안 되는 변명.해명 소개에 비해 중앙일보의 입장 전달이 미흡했고, 심사위원의 의견이 빠져 객관성이 부족해 보였다. 이런 아쉬웠던 점은 3일자 미디어면의 속보기사에 가서야 보완이 이뤄졌다.

지난주 중앙일보 특종으로 시작된 김영완씨 사건 보도는 6월 28일자도 '김씨 소유 빌라에 권노갑씨 살았다'는 중앙일보 1면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전직 金씨 운전기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30일자 돈 수송 기사는 경쟁지 기사가 훨씬 구체적이고 분명했다.

4일자 타지에는 金씨의 1백억원대 주식투자, 떼강도 두달 후 3백7억원짜리 빌딩 매입 및 북한 측과 경협논의 기사가 실렸으나 중앙일보엔 별 속보가 없다.

1일부터 시작된 청계천 복원공사는 복원 후 환경과 경관이 살아난 청계천이란 밝은 비전과 함께 그로 인한 당장의 교통난과 상인들의 고통이란 어두운 현실이 얽혀 있다. 중앙일보 1일자 별지 특집 '청계천 차.車.차'는 교통난이란 현실 문제에 대비하는 가이드로 따로 보관해 두고 참고할 만하다.

1일자 각 신문에는 유네스코 국제학생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43개국 중 한국 학생들의 과학능력이 1위, 독서.독해.현실응용능력이 2위, 수학능력이 3위로 조사됐다는 파리발 기사가 실렸다. 그런데 타지에는 평가 대상이 15세 학생으로 명기돼 있으나 중앙일보 기사는 평가대상 학생이 어떤 층의 학생이라는 기사의 기본요건이 빠져 있다.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이 네덜란드의 노사모델을 지향점으로 제기한 직후 경쟁지는 2일자에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네덜란드 현지 르포, 전직 총리 인터뷰 등을 3개 면에 걸쳐 집중 보도하는 기동성을 과시했다.

중앙일보는 당일 李실장과 교수의 대담특집을 내보냈고, 3일자 1면 톱 및 3면 박스 기사로 노무현 대통령은 새 노사관계 모델로 영.미식을, 李실장은 유럽식을 내세워 혼선을 빚고 있음을 부각했다.

대북 송금 공판을 앞두고 조선일보 3일자는 정몽헌씨의 소명서를 입수해 '현대, 북과 금강산댐 증설 합의' 기사를, 한겨레 4일자는 특검수사기록을 1.3.4면에 걸쳐 단독보도했다. 공판을 앞두고 중앙일보의 '게이트 키핑(문지기)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인다.

성병욱 중앙일보 고문.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