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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 사드 배치 땐 중국 ‘마늘 파동’ 때처럼 보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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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가시화하며 중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당시 고관세율·휴대전화 금수 맞서
이후 WTO 가입, 같은 조치 힘들 듯
인허가 등 보이지 않는 제재할 수도

중국은 주한대사가 “한·중 관계를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고 공언할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업인들 사이에선 ‘제2의 마늘 파동’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마늘 파동은 한국이 중국산 얼린 마늘 등의 관세율을 30%에서 315%로 10배 넘게 올리며 시작됐다. 중국 정부가 반발했고, 마늘을 재배하던 중국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해 반한(反韓) 여론에 불이 붙었다.

중국은 곧바로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보복을 했다. 결과는 한국의 패배. 마늘 관세율을 기존 수준으로 낮추고서야 분쟁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마늘 파동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WTO 규정상 수출 제한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할 수 없게 돼 있다. 물품마다 부과할 수 있는 관세율의 범위도 정해져 있다.

물론 중국이 WTO 가입 후에도 경제 보복을 한 사례는 있다. 2010년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순시선과 충돌한 중국 어선의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은 희소 자원이자 첨단기술 제품의 원료인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

WTO가 예외로 수출 제한을 허용하는 ‘천연자원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같은 해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에는 연어 수입을 중단하는 것으로 보복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 관계자는 “한국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이 그런 식의 경제 보복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격화하던 시기였다. 또 한·중은 중·노르웨이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상호 무역 의존도가 크다”며 “양국이 WTO 규범을 지킬 의무가 있고,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맺은 만큼 경제 보복은 중국에도 손해가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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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보복은 WTO에서도 협정 위반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WTO 결정에는 강제성이 있어서, 패소한 뒤에도 해당 조치를 계속하면 상대방도 똑같은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은 수출 금지를 철회했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이용한 보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 제품에 대한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하거나 한국 기업의 공장 부지 인허가 절차를 엄격하게 할 순 있다. 중국이 위생, 안전 등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든다면 한국이 딱히 항의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중국이 이렇게까지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주대 김흥규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북핵 문제로 한·중 관계가 상처 입는 걸 원치 않는다. 문제를 야기한 건 북한인데 그 결과로 또 다른 손해를 보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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