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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키즈] '아바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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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아바라트/클라이브 바커 지음, 이민아 옮김/청미래, 전 2권, 각권 9천원

팬터지는 현대 문화의 가장 강력한 코드 가운데 하나다. '반지의 제왕''해리 포터' 시리즈가 불을 댕긴 팬터지 붐은 이제 출판을 넘어 영화로 영역을 넓혀가며 거대한 문화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아바라트'도 그렇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인 디즈니가 '해리 포터'에 맞설 전략 상품으로 선택, 8백만달러(약 96억원)를 들여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 영화는 2005년 선보일 예정이다.

총 4부작으로 완간될 '아바라트'시리즈 가운데 1부가 번역됐다. 미국에서도 현재 1부만 나온 상태다. 현대 팬터지 문학의 최고 히트 상품인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와 견주어 읽는 것도 흥미롭겠다.

'아바라트'는 팬터지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액션 어드벤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짜릿한 모험이 전편에 흐르고,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기기괴괴한 생물체가 상상력을 키워준다. 또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주인공이 갖은 역경을 극복하며 자신과 세계에 대한 눈을 넓혀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일종의 성장기인 셈이다.

주인공은 미국 미네소타주의 작은 도시에 사는 소녀 캔디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의 만화 주인공 캔디와 이름이 같다. 성격도 엇비슷하다. 호기심 많고 명랑하다. 그러나 일상은 늘 불만스럽다. 아버지는 실직해 술에 절어 살고, 어머니는 그런 아빠에 불평을 늘어놓는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무료하기 짝이 없다. 화제라곤 마을 전체의 생업인 닭 키우기일 뿐…. 재미없기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규정과 원칙만 내세우며 꿈 많은 소녀의 발랄한 가슴을 포용할 여유가 없다.

어느 날 마을 밖으로 무작정 나간 캔디는 환상의 공간에 떨어진다. 갑자기 밀어닥친 바다에 빠지며 미지의 나라에 들어선다. 그리고 흥미진진한 모험을 시작한다. 그곳은 바로 책 제목인 아바라트다.

아바라트는 모두 25개의 섬이 모인 군도(群島). 각각 하루 24시간을 상징하는 24개의 섬과, 그 시간 밖에 존재하는 하나의 섬으로 이뤄졌다. 예컨대 캔디가 처음 도착한 예바 딤 데이 섬은 온종일 오후 8시 상태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 25개의 섬은 만화경 같은 세상살이를 대변한다. 탐욕.시기.질투.행복 등등. 물론 팬터지 소설인 만큼 중심축은 선과 악의 대립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족 소년 프로도가 악의 군주 사우론에 맞서듯 인간 소녀 캔디는 어둠의 제왕 캐리온의 위협을 이겨내며 사랑과 꿈의 소중함을 깨달아간다.

21세기판 팬터지인 '아바라트'는 자본주의의 무한한 탐욕도 풍자한다. 존재하는 모든 섬을 사들여 '세계의 왕'이 되려는 픽슬러란 캐릭터를 내세워 현대 기업의 확장욕, 영상문화의 가공할 위력에 딴죽을 건다.

TV.영화.게임에 빠진 요즘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해리 포터'를 썼다는 조앤 롤링처럼 저자 클라이브 바커는 활자를 통한 상상력 확장에 뛰어들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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