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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스토리] '프랜차이즈 병원 금지' 합법 vs 불법? 헌재서 판결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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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1인1개소법’은 네트워크 형태의 의료기관 설립을 막기 위한 것으로 현재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제기된 상태다. 병원계를 제외한 보건의약단체는 이에 대한 사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지난해 ‘1인 1개소법 사수는 당연한 일로 5개 의약인단체 공동 탄원서를 전달하기로 결정했다’고 대회원서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5개 보건의약단체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법 제33조 8항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2012년 8월 조항 강화돼 시행 중
1인1개소법에 대해 위헌심판 제청
'유지' '현실 맞게 수정' 논란 지속

2011년 당시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의료법 33조 8항에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법은 ‘병원 개설만 금지하고 다른 병원 경영엔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석됐는데 새 법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단서가 추가됐다. 이는 무난히 국회를 통과해 2012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입법 당시부터 치과계가 유디치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유디치과법’이라고도 불린다.

유디치과는 현재 국내 127개, 미국에 13개 지점이 있다. 유디치과가 급성장한 배경엔 가격 경쟁력이 있다. 치아 1대당 250만~300만원쯤 하던 임플란트 가격을 120만원 이하로 낮췄다. 스케일링은 웬만하면 공짜로 해줬다. 유디 측은 각종 기자재의 공동 구매와 공동 마케팅 등으로 비용을 줄여 의료비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유디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치과가 생겼고 다른 치과들 역시 임플란트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치협은 유디치과가 불법성 네트워크치과라고 규정하고 해당 의료기관의 소유구조 및 운영형태에 대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치협은 2013년 개정 의료법에 위반된다며 유디를 고발했다. 보건복지부도 유디의 의료법 저촉 여부 조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유디치과 관계자 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9명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유디치과 운영 방식을 불법으로 본 것이다. 설립자가 명의 원장을 고용해 22개 지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으며 경영 지원 회사인 유디 직원들이 각 지점에 파견돼 병원 경영을 맡았다는 게 혐의 내용이었다.

유디 측은 수사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새 법 시행 전에 병원 운영 방식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과거엔 설립자와 각 지점 원장이 일대일 동업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을 나눴지만 현재는 각 지점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며 각자 수익과 손실을 책임지는 형태라는 것이다. 유디는 브랜드 사용료와 컨설팅 자문료를 받을 뿐 각 지점은 해당 원장이 운영하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검찰은 독립 운영으로 포장만 했을 뿐 현행법상 불법적인 운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유디치과와 비슷한 방식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해온 한 병원이 1인 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하면서 해당 판결에 관계단체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1인 1개소법이 위헌이라고 결정되면 유디치과는 불법이 아니게 되며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으면 치과 운영에 제한을 받는다.

치과계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을 지키기 위한 ‘1인 시위’에 치협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치협은 “의약인단체장들에게 1인 시위 및 궐기대회를 요구했지만 모든 단체들은 실효가 없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고 1인 시위보다는 법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면서 “유디치과 기소에 전념한 결과 검찰의 정식 기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헌재에 계류 중인 헌법소원 및 위헌 제청은 유디치과가 아닌 의과의 의료기관들이 한 것으로 치협으로서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협회 자체의 의견서를 내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치협을 비롯한 의협·한의협·약사회·간협 등 의약인 5개 단체 공동 의견서와 각 단체별 서명운동 등 공동 대응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해당 조항이 의료법인들에게 역차별을 제공하게 됐다며 동참하지 않고 있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병원장의 경우 해당 법으로 인해 의료법인 이사로 참여할 수 없다”면서 “의료법인 병원의 이사를 뽑는 것에 어려움을 겪으며 병원업무 특성상 전문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1인1개소 법이 의료인의 자율적인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해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일반 의료인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료재단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병원계 일각에서는 법률안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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