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업데이트했어도 이길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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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과 구글 딥마인드가 22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에 대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달 9·10·12·13·15일, 총 5판이 벌어진다. 회견은 서울과 런던을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기자회견 후 이세돌 9단(왼쪽)이 화상 속의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손을 맞대고 파이팅을 하고 있다. [사진 김현동 기자]

컴퓨터와 인간이 맞붙는 세기의 대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의 대결 규칙이 최종 확정됐다.

3월 9일부터 총 다섯번 대국
백 잡으면 덤 주는 중국 룰 적용
구글 연구원, 바둑돌 대신 놔 줘
알파고, 4주에 100만 번 대국
판후이 이긴 뒤 5개월간 업데이트

한국기원과 구글 딥마인드는 22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9단과 알파고의 5번기에 대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대국은 다음달 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1국이 열린 후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 등 총 5판이 이어진다.

 기자회견에는 이 9단과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 200여 명의 취재진이 자리해 대결에 쏠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영국 런던에서 화상 연결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하사비스 CEO는 “마지막까지 알파고를 개발하고 있어 화상연결로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며 “이번 대결은 승부를 떠나 인공지능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또 “워낙 역사적인 대국이 될 것이기 때문에 최고 실력임이 오랜 기간 입증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대국 방식은 보통의 바둑 대회와 유사하다. 딥마인드 연구원인 아자 황(Aja Huang) 아마 6단이 알파고의 손 역할을 맡는다. 그가 모니터를 보면서 알파고가 원하는 자리에 바둑돌을 놓는 방식이다. 대국 기간 알파고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작동되며, 실제 서버가 있는 곳은 미국의 중서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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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알파고와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의 대국 장면. 알파고가 5대 0으로 완승했다.

 대국은 ‘중국 룰’로 진행되며 ‘덤(먼저 두는 흑의 유리함을 상쇄하기 위한 페널티)’도 중국 룰인 7집 반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중국 룰을 토대로 개발됐고, 18개월 동안 중국 룰로 훈련했기 때문에 갑자기 한국 규칙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한국 룰이 아닌 중국 룰을 채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한시간은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진다. 모든 대국은 한국기원이 운영하는 바둑TV와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다.

 상금은 100만 달러(약 11억원)다. 이 9단이 승리하면 100만 달러 상금과 별도로 대국료(약 1억6500만원)와 판당 2만 달러의 승리 수당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이 9단이 5전 전승을 거둘 경우 상금은 최대 약 13억7500만원에 이른다. 알파고가 승리하면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단체에 기부된다.

 기자회견 내내 이 9단은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알파고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이번 대결을 수락했는데, 결정하는 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 기계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두 시간씩 머릿속으로 대국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부 예측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의 알파고 기보는 나와 그다지 승부를 논할 수준은 아니었다”며 “알파고가 계속 업데이트돼 기력이 향상되겠지만 시간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이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컴퓨터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게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로 개발됐다. 사람이면 1000년 걸리는 100만 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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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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