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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벅스 매장서도 “GIM 주세요”…일본산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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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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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미국 스타벅스에서 처음 판매돼 지난해 11월 한국 스타벅스 매장으로 역수출됐다.

“저희가 모두 직장인이라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이틀밖에 안 됩니다. 시간을 내서 우리 얘기를 꼭 좀 들어주십시오.”

건강식품 바람 타고 수출액 껑충
5년 새 1억 달러 → 3억 달러로
삼각김밥용·스낵용 등 제품 다양
식감 뛰어나 중국·일본산보다 인기

 미국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출신인 4명의 동기생은 2011년 한국의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충남 홍성군의 김 제조 공장으로 차를 몰았다. 자정 무렵 도착한 4인방은 업체 대표에게 “미국이 한국산 김 때문에 난리다. 점심시간 도시락에 한국산 김을 싸오는 게 유행”이라며 김 원료를 공급해달라고 부탁했다.

미국에서 한국 김 생산업체 10여 곳에 연락했지만 청년 사업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방문을 허락한 곳은 이 업체뿐이었다.

 결국 김 공급 계약을 따낸 4인방은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를 곁들인 과자 형태의 김 상품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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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은 2014년 미국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 공급됐고, 앞으로 말레이시아·홍콩 등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0만 달러(약 123억원)로 연간 2~3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공동 설립자 이신형(44)씨는 “검정종이(블랙페이퍼)라며 혐오 식품으로 여겨졌던 김이 건강식품 바람을 타고 자연스럽게 미국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산 김이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김 수출액은 2010년 1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3배 늘어난 3억500만 달러(약 3760억원)를 기록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과거에는 국내 김 생산 업체가 일본의 김 이름인 노리(のり)라는 상표명을 달고 해외 시장에 팔던 관행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김(GIM)이라는 한국 이름을 붙이는 업체도 상당수 나오고 있다.

오운열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은 “견과류와 섞어 간식이나 안주로 먹을 수 있는 한국산 김 제품 여럿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올해 김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5~2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김은 400여 년 전인 조선시대 김씨 가문이 전남 광양에서 대규모 양식 사업을 벌여 임금에게까지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름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 전에는 해의(海衣)·해태(海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김은 과거에도 한·중·일 삼국이 주로 양식했다.

 김 주요 생산국인 한·중·일 중 최근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김이 유독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뭘까.

국내 김 업계에서는 ▶지구 온난화 ▶해양 오염 ▶다양한 김 종류 생산 방식 등을 꼽았다. 김은 주로 겨울철에 양식이 되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남해의 양식장이 점차 일본보다 위도가 높은 충청도까지 올라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해양 오염,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주먹밥에 사용되는 두꺼운 김을 주로 양식해왔지만 한국은 삼각김밥용과 긴 김밥용, 조리용과 스낵 가공용 등 다양한 용도의 김을 양식한다.

양금철 한국김산업연합회 본부장은 “한국산 김은 맛이 좋은데다 두꺼운 김에서 얇은 김까지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어 세계 어느 시장에라도 수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김 수출 3억 달러 달성을 기념해 올해 김의 날 행사를 대규모로 준비했다. 정부는 김으로 만든 복쌈을 먹으면서 복을 기원하던 전통 풍습을 이어가는 의미로 2011년부터 정월대보름을 김의 날로 정해 행사를 열었다.

대보름 하루 뒤인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5회 김의 날 행사에는 산업 유공자 표창식과 김 복쌈 만들기, 김 요리 경연대회 등이 마련됐다. 서울 명동에서는 외국 관광객에게 김을 나눠주는 행사도 열린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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