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당신이 주식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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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펀드의 매매 회전율(연간 보유한 주식을 사고 파는 비율)이 20%도 안 되는데 어떻게 수익률이 좋죠?”

작은 손실·이익에도 바로 팔아
단기간 큰 돈 욕심, 도박 가까워
장기적 투자로 노후준비 한다면
주가 떨어진 지금이 되레 기회

 주변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주식을 자주 사고 팔지 않는데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많은 국내 투자자가 갖는 의문이다. 이는 아직도 주식투자를 단기적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다. 주식을 자주 사고 팔아 수익을 내는 투자법은 실패한다.

 주식 투자에는 항상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변동성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항상 극심한 주식 변동성이 3~4년을 주기로 경제위기와 함께 반복됐다. 둘째, 이 변동성의 타이밍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은 변동성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참을성 있게 기다린 사람은 투자의 열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주식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는 절망적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원유 가격 하락, 중국의 성장률 감소 우려, 각국의 환율 전쟁 등 한 가지도 간단한 사안이 없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자신이 산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는 걸 보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주식을 미리 팔지 않은 걸 후회하기도 한다. 투자자만 그런 게 아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고객 담당자는 고객의 항의가 두려워 안절부절 못한다. 장기적으론 괜찮다고 고객을 안심시키려 하지만, 당장 손해가 났다며 근심이 가득한 사람을 설득하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어려움은 과거에도 있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때도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주식 가격이 극심하게 변화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주식의 변동성을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주식 가격은 경기 흐름과 일치하지 않는다. 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해 현금 비중을 늘렸다가 줄이거나, 종목을 자주 바꾸는 건 투자가 아니고 도박에 가깝다.

 주식에 투자하면 단기적으로 10~20%를 손해 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여기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주가 변동은 항상 있는 일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제 주가가 오를 것인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부분의 주가는 회복되고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의 주식시장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물론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과거처럼 대부분의 상장 종목이 오르는 일은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그런 기업이 많이 나올 것이다. 이런 기업에 투자해 오랜 기간 갖고 있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미래에 어떤 한국 기업이 경쟁력이 있을까를 연구하고 그런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주식 투자의 목적은 장기적으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함이 돼야 한다.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생각이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단기에 주식 투자를 해 부자가 됐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거나 운이 억세게 좋은 극소수의 사람 이야기다. 운에 기대어 투자를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카지노에서 부자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가가 하락해 많은 사람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 노후를 목적으로 투자한 사람에겐 지금과 같은 시기가 오히려 기회다. 그만큼 주식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단기간의 주가 하락을 두려워해 조금만 손실이 나면 걱정한다. 그러다 조금만 이익이 나면 바로 주식을 판다. 장기 투자 철학이 없는 투자가는 매일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주식 투자를 위해선 바보처럼 투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주식 투자에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려는 생각을 버린다. 대신 여윳돈을 가지고 분산해서 장기적으로 투자한다. 연금저축·퇴직연금으로 쓸 생각으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월급 등 수입의 일정 부분을 노후를 위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기계적으로 투자하자. 단기간의 뉴스엔 눈과 귀를 막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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