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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선거 망쳐도…전략공천 안 돼” 이한구 “당 대표도 공천 안 준 적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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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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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左), 이한구(右)

총선을 55일 앞두고 공천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다시 폭발했다. 김무성 대표는 1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겨냥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대표는 공천에 관여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총선 D-55, 공천룰 갈등 다시 폭발
격노한 김, 공천위 해체까지 거론
친박계 “국민공천=현역공천” 비판

 발단은 16일 이 위원장의 브리핑이었다. 그는 “공천위의 합의 사항”이라면서 우선추천제 적용 지역구를 17개 광역 시·도별로 1~3개씩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최대 54개(17개 시·도에 3개씩) 지역구에 적용하면서 사실상 ‘전략공천’을 부활한다는 뜻이었다. 김 대표는 “내가 대표로 있는 한 전략공천 부활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한 뒤 “선거를 망치더라도 국민공천제(상향식 공천)를 흩뜨리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 “선거를 안 하는 한이 있어도 (이 위원장의 주장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김 대표가 격노한 상태에서 ‘(이 위원장이 생각을) 시정하든지 아니면 공천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태도도 완고했다. 그는 김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우선추천제가 명시된) 당헌·당규대로 하자는 것일 뿐”이라며 “공천 관리 업무에 당 대표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당헌에도 돼 있다”고 말했다. “최고위가 거부해도 우리(공천위)가 3분의 2 이상으로 의결하면 우리 결정대로 하게 돼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김 대표와 가까운 황진하(당 사무총장) 공천위 부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아무도 모르는 데 가서 혼자 기자회견이나 하고…”라면서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공천위 차원의 합의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학용 대표비서실장도 기자들에게 “공천위 속기록이 있다.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친박계는 이 위원장을 엄호했다. 공천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블로그에 “(김 대표의) 국민공천제는 사실상 ‘현역(의원) 공천제’”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정갑윤 국회부의장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중앙)당 차원에서 (공천을) 어느 정도 교통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공천위 주도의 ‘물갈이 공천론’에 힘을 실었다.

회의 후 김 대표 측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정 부의장을 쫓아가 “본인이 (불출마 선언)하고 (물갈이)하라고 해야 진정성 있는 것 아니냐”면서 따졌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황 사무총장 등 내부 공천위원들이 이 위원장을 찾아가 상황 정리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이들과 1시간20분가량의 회동 직후 간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혼선된 보고가 나가 유감”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우선 추천 시 시·도별 1~3곳 추진은 우리의 목표”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지면 (불출마를 선언한) 나도 실업자가 되지만 김 대표도 실업자 되는 것 아니냐. 과거에 보면 당 대표도 공천 안 준 적 있다”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김 대표 측은 ‘2라운드’를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이날 비박계 의원 10여 명과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은 이 위원장의 성토장이었다고 한다.

김학용 비서실장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지만 의원총회 소집에 필요한 서명을 다 받아 놨다”고 했다. 비박계 의원 수가 친박계보다 많은 만큼 의총 카드로 이 위원장과 친박계를 압박하겠다는 뜻이었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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