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태원·이촌동 → 홍대앞·상암…넓어지는 외국인 마을 지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기사 이미지

러시아인 타냐 타티아나(36·왼쪽)가 16일 서울 이태원2동 경리단길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 타티아나는 8년 전부터 이 동네에서 살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일본인 야마다 아키코(45)씨는 지난해 다국적기업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와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에 집을 구했다. 그는 “남편 회사에서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이촌1동의 아파트를 추천했지만 오래된 이촌동 아파트들보다는 지금의 아파트가 더 신식이라 이 동네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태원1동은 8년 새 269명 줄고
뜨고 있는 경리단길 3배로 늘어
‘작은 도쿄’ 이촌1동 살던 일본인들
새 아파트 찾아 한강로·상암동으로
“늘어난 장기 거주자, 생활여건 중시”

기사 이미지

 서울의 ‘외국인 지도’가 변하고 있다. 서울시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2007년 22만9072명에서 2015년 27만4957명으로 늘었다. 그런 가운데 이태원1동과 이촌1동 같은 전통적 외국인 거주 지역의 외국인은 줄었다. 이태원2동(경리단길이 있는 곳)과 대림·신림동, 홍대 인근은 ‘신(新) 외국인 거주지역’으로 떠올랐다.

 ‘동부이촌동’이라는 명칭으로 더 익숙한 이촌1동은 일본인들이 모여 살아 ‘작은 도쿄’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다. 오후 서너 시면 도로 한편에서 자녀들의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일본인 주부들을 수십 명씩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일식집 주인 정지원(41)씨는 “ 일본인이 부쩍 줄었다. 길에서 마주치는 일도 뜸해졌다”고 말했다.

 이촌1동에는 2007년 1340명의 일본인이 살았다. 전체 서울 거주 일본인(6904명)의 약 20%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901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서울 거주 일본인(8386명) 중 10.7%에 해당한다.

오누키 도모코 마이니치신문 특파원은 “동부이촌동에만 한정되어 있던 일본인들의 거주지가 인근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 한강로동에서는 7년 새 일본인 수가 55명에서 524명으로 늘었다.

마포구도 마찬가지다. 상암동(6명→138명), 서교동(36명→118명), 공덕동(20명→123명)을 중심으로 일본인 거주자가 증가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강남구 개포동에 있던 일본인학교가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전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외국인들의 ‘집결지’로 불리던 이태원1동에 사는 외국인 수도 1826명(2007년)에서 1557명(2015년)으로 감소했다. 반면 ‘핫플레이스’로 주목받는 경리단길이 있는 이태원2동은 거주 외국인이 356명에서 1278명으로 3배 이상이 됐다.

송도영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가족단위로 거주하는 미군 장교나 외교관이 아닌 원어민 교사 등의 독신자가 불어나다 보니 이태원1동과 멀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룸들을 구하기 쉬운 지역으로 모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 밀집 거주지도 그 중심이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지하철 2·7호선이 교차하는 영등포구 대림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림동의 중국인 거주자는 9969명(2007년)에서 1만8094명(2015년)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거주지 재편에 대해 송 교수는 “서울이 국제화되고 장기 거주자가 많아지면서 외국인들이 같은 국적끼리 모이는 것보다 집세와 생활여건 등의 다른 요소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서래마을’이 있는 반포4동으로 더욱 모여 들었다. 반포본동과 서초3동에서 이 곳으로 이주한 이들이 많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화적 자존감이 높은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의 취향이 맞는 곳을 고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글=김나한 기자, 김준승 인턴기자(동국대 4) kim.nahan@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