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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학교 밖 아이들의 잇단 비극…보호 그물망 다시 짜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반인륜적 사건이 뒤늦게 밝혀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부모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탈출한 인천 11세 소녀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난 일들이다. 부천의 초등생 자녀 시신 훼손, 목사 아버지의 여중생 딸 시신 방치에 이어 엊그제는 경남 고성 40대 주부의 딸 암매장 사건이 4년여 만에 밝혀졌다. 생모인 박씨는 2011년 10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당시 일곱 살이던 딸이 매를 맞고 숨지자 시신을 야산에 묻었다고 자백했다. 아파트에서 같이 생활하던 집주인 등 어른 3명이 암매장을 도왔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 사건 역시 경찰과 교육 당국은 그간 깜깜이었다. 실종 아동의 생사도 파악 못하다 둘째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은 박씨를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구속 수사하는 과정에서 밝혀냈다. 일련의 비극은 구멍 난 정부·학교·사회의 청소년 보호망과 이웃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 자격조차 없는 이들의 엽기적 행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인천 소녀 등 네 명 모두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그렇지만 정부·교육청·학교·지자체·이웃의 보호망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이런 학교 밖 청소년이 37만 명에 이른다. 정부는 이 중 20만 명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하고 청소년 지원센터 확충 등 범정부 대책을 시행 중이라지만 그물망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 그 시작이 전면 조사다. 3년마다 샘플조사를 할 게 아니라 당장 미취학 아동을 포함한 20만 명의 추적 조사를 통해 소재부터 파악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 본인의 동의 없이도 학교장이 의무적으로 해당 정보를 교육 당국과 경찰·지자체 등에 통보해 공유하도록 법적 장치도 서둘러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아이들의 안전 확보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사회의 관심도 절실하다. 이웃 아이가 학대를 받거나 장기간 보이지 않을 땐 ‘내 자식’처럼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