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서 맞붙을 고수는 누구] 투우사냐 코뿔소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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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9단이 쥐죽은듯 조용하다. 이세돌7단의 컨디션도 오락가락한다. 송태곤4단도 최근 6연패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이들 3명이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 한사람을 못이기랴. 한국 3명과 일본 1명이 쟁패하는 후지쓰배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5일 준결승전, 7일 결승전을 치른다.

이창호(28), 이세돌(20), 송태곤(17)은 3일 같은 비행기로 도쿄(東京)로 떠났다. 이창호9단은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싶고 이세돌7단은 후지쓰배 2연패를 이루고 싶다. 송태곤4단은 생애 첫 우승을 꿈꾸고 요다9단은 한국바둑을 모조리 무찌르고 일본 열도의 영웅이 되고싶다. 누가 꿈을 이룰까.

이세돌7단(전기 우승자)VS 요다 노리모토9단=이세돌7단은 지난 4월 28일의 쓰라린 패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날 오키나와의 CSK배에서 이세돌은 난생 처음 마주친 요다9단에게 불과 1백43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세돌은 투우사처럼 재빠르게 피해다니는 요다를 향해 성난 코뿔소처럼 돌진하다가 끝내 제풀에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이 패배에 충격을 받은 이세돌7단은 한때 2승7패의 부진을 보이다가 다시 5연승으로 살아났다.

지난주 왕위전에선 조훈현9단에게 패해 도전권을 놓쳤지만 그의 컨디션은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듯 보인다. 이런 이세돌이 과연 '일본바둑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불리는 요다를 잡을 수 있을까.

이세돌이 복수심에 불타 강펀치로 승부를 서두른다면 또 한번 쓴맛을 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명인인 요다는 한국류에 익숙한 '한국바둑 킬러'.

파워는 부족하지만 기본기가 좋아 상대의 파워를 흘려버리는 기술이 뛰어나다. 따라서 이7단이 실리를 선점한 뒤 수비의 입장에서 전투에 나선다면 승리 가능성은 훨씬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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