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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시리아 반군만 폭격하는 까닭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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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호 31면

알레포 등 시리아 반군 점령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폭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리아 평화회담 전후로 공습이 더 강화됐다. 이로 인해 시리아인 수백 명이 사망하고 8만여 명은 터키 국경지역으로 피신했다. 러시아는 다에쉬(이슬람국가·IS)만을 폭격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측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노리는 바는 분명해 보인다. 알아사드 정권 유지를 돕기 위해 반군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잔악무도한 테러 조직인 다에쉬의 무차별학살에 눈감고 그 존재를 인정하려고 한다.


미국은 이런 방식의 해결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미국이 보호하려는 이스라엘의 안보보장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고, 중동에서의 유전 장악에도 도움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전 초기에 미국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축출을 표명했지만 사정이 복잡해지자 시리아 문제를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알아사드 체제를 유지하게 방관하거나 시리아를 소말리아보다 더 실패한 국가로 방치하는 듯하다. 러시아는 다에쉬가 전혀 없는 지역들을 집중 폭격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현재 쿠르드군 점령 지역인 시리아 북동부 카미실리 시에 공군 기지를 세우고 군비행장을 건설하고 있다. 쿠르드족이 자치구를 얻는 것을 지원하고, 그들과 연합해 터키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이 모든 것은 쿠르드족의 자치 구역 획득과 자치국 건설을 돕고 지원하는 미국이 조정하여 생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시리아 동북부 르멜리안에 군비행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기지 사이의 거리는 48km밖에 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을 환영할 것이다. 시리아에 다른 정권이 들어서는 것보다 현재의 알아사드 정권 유지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지금의 시리아 정권이 40년 넘게 자국의 안전과 안보를 지켜줬다고 여겨왔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의 희생을 감수할까. 그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시리아에서의 러시아 이익 보호를 위해서다. 시리아 타르투스에는 소련 시절부터 주둔했던 러시아 해군기지가 있다. 이 기지는 러시아군의 지중해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한다. 둘째, 전략적 이익 보호를 위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힘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려 한다. 셋째, 무슬림에 대한 경고다. 러시아는 1990년 이후 체첸 반군 등 주로 무슬림이 가담한 분리독립세력의 공격을 받아왔다. 이번에 시리아 내전 개입을 통해 무슬림에 강한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앞으로의 도발을 억제해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러시아의 내전 개입은 사태 해결이나 평화와 안정 회복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보인다.


압둘와함 모하메드 아가동국대 법학대학원 박사과정·헬프시리아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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